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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건강

다중인격 장애,한 사람 안의 여러 인격

다중인격에 대한 잘못된 상식 하나는 다중인격이 제법 흔한 정신과적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다중인격에 대해 한결 같이 “대단히 희귀할 뿐 아니라 진단을 내리기도 어려운 질환”이라고 말한다.

 

정신과 전문의와 심리학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교과서에만 나오는 병”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 국내에서는 다중인격으로 정식 보고된 사례나 논문도 없는 실정이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내 안의 또 다른 나, 한 사람 속에 여러 인격. 다중인격 장애(해리성 정체감 장애)가 있으면 갑은 갑으로, 을은 을로서 완벽한 사람이다. 따라서 모든 경험과 기억이 연결되고 문제가 없다. 그러나 갑과 을 사이, 정체성과 정체성 사이에는 기억의 단절이 일어난다.

 

갑(甲)으로 살아갈 때는 을(乙)을 알지 못하고 을도 갑의 인생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다른 인격으로 이동했을 때 어떤 말과 행동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 이것을 의식의 해리 현상이라 부르는데 다중인격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마치 술에 만취해했던 행동을 이튿날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다중인격, 희귀할 뿐 아니라 진단도 어렵다
 

다중인격은 영화나 소설의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다중인격은 밝혀지고 연구된 부분보다는 드러나지 않고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훨씬 많은 질환이다. 또한 그 관심과는 달리 과장되고 잘못 알려진 일면이 대단히 많다. 


다중인격에 대한 잘못된 상식 하나는 다중인격이 제법 흔한 정신과적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다중인격에 대해 한결같이 “대단히 희귀할 뿐 아니라 진단을 내리기도 어려운 질환”이라고 말한다. 정신과 전문의와 심리학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교과서에만 나오는 병”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 국내에서는 다중인격으로 정식 보고된 사례나 논문도 없는 실정이다.

또한 다중인격 장애로 판별될 만한 증후를 보인다 해도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많다.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다중인격 장애 역시 진단 기준이 있지만 이는 다중인격 장애가 다른 정신과적 질환과는 달리 환자임을 자처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진실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보통 다중인격 장애 진단을 내리는 데 걸리는 기간은 6~7년. 첫 증상이 나타나고 진단을 내릴 때까지 담당 의사는 환자와 지속적인 상담을 하고 사소한 모든 행동을 기록한다. 

 

다중인격에 대한 잘못된 상식 두 번째는 다중인격은 반드시 선과 악으로 양분, 대치된다는 오해다. 

 

물론 주어진 이름 그대로 유지되는 일차성 정체감이 수동적이고 의존적이며 우울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것에 비해 평상시 의식과 교체되는 정체성은 적대적이거나 공격적, 자기 파괴적인 성향이 강한 것은 사실이다. 

 

이는 표현하지 못하고 억눌린 감정의 대부분이 미덕과는 거리가 먼 욕구들이기 때문. 또한 내성적이고 수동적인 성격일수록 억눌린 욕구는 많지만 이런 욕구를 평소에는 표현하지 못한다. 그러던 중 어떤 계기나 사건이 생겨 다른 인격으로 이동하면 숨어 있던 욕구들이 폭발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그러나 모든 다중인격 장애가 폭력적이고 극단적인 것은 아니다. 외국의 경우이기는 하지만 실제 성(性)은 남성인데 의식의 해리 현상이 일어나면 여성으로 행동하는 환자가 보고된 적도 있고, 어른인데 아이로 착각하는 사례로 보고된 적도 있다. 

또한 한 사람 안에 반드시 두 정체성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며 한 사람 안에 많은 인격이 존재할수록 인격과 인격 사이 선악의 구별도 모호해진다.


다중인격에 대한 세 번째 오해는 교체된 인격이 살인이나 폭력 등 범죄와 관련되어 주어진 이름대로 살아가는 인격을 곤란에 빠뜨린다는 것이다. 교체되는 정체성 사이에 적대감이 강하거나 서로 비판적이면 다른 정체성이 가진 지식을 부정할 수도 있고 희생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한 인격에서 다른 인격으로 이동하는 현상은 위기를 넘겨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는 시도. 따라서 반드시 다른 인격을 곤란에 빠뜨린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다른 인격이었을 때 했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해 난처할 수는 있겠다.  

유년 시절의 신체적·성적 학대가 주된 원인
 

다중인격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엇갈리지만 그중에서 가장 많고 유력한 것은 환경 및 성장 배경에 의한 발병이다. 양친의 교육 방식이나 육아관이 상반되어 아이가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혼란을 겪은 아이는 체계적인 가치관을 형성해 나가기 힘들다. 

 

양육태도에 일관성이 없거나 지나치게 엄격하고 위압적인 환경에서 자란 경우도 마찬가지.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나 사례를 통해 가장 많이 보고된 원인은 역시 어린 시절 겪은 심한 신체적 학대와 성적 학대다. 

 

신체적 학대나 성적 학대가 가혹하고 지속적일수록 정체성의 해리 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물론 이런 보고의 정확성에 대해 의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유년의 기억은 왜곡되어 있기가 쉽기 때문이다. 또한 신체적 학대나 성적 학대의 책임이 있는 성인들은 그들의 행동을 부정하기 쉽고 환자 본인은 상황을 객관적으로 표현하지 못해 사실의 진위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최근에 와서는 유전적 영향을 원인으로 발병한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다중인격 장애를 보이는 사람의 직계 가족에게서 이 장애가 더 흔하게 나타난다는 보고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 여기에 유전적 측면을 반드시 조상이나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뇌 자체의 이상까지 넓게 보는 시각과 해부학의 발달로 이 주장은 더욱 힘을 갖는다.

 
다른 하나는 학습에 의해 다중인격이 유발된다는 생각이다. 유년 시절, 처벌을 받을 만한 잘못을 저질렀는데 꾀병 등 어떤 특정한 행동이나 반응을 보였더니 용서가 된 경험을 여러 차례 갖고 있다면 견디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받거나 위기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게 그와 같은 행동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남성보다 여성의 발병 확률이 3~9배 정도 높아
 
 심리학과 교수들은 다중인격 장애는 갈등, 공포 등 극심한 스트레스와 관련지어 생각하는 것이 무엇보다 정확하다고 말한다.  “유년기 또는 청소년기에 겪었던 공포나 학대받았던 경험 등이 남다르면 그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아무 일도 아니었다’ 거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하는 식으로 기억을 계속 부정하게 되지요. 이런 거부를 되풀이하면 나쁜 기억이 사라지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의식 속에 자리를 잡습니다.

 

 따라서 평소에는 기억을 해 내지 못하지만 피하고 싶은 사실과 맞서야 할 때, 끔찍했던 경험과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매우 강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무의식 속에 있던 기억이 되살아나고 공격성과 적대감이 드러나게 됩니다.”
다중인격 장애는 소아기보다는 청소년기 이후에 많이 발생하고 40대 후반에 가서는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며 남성보다 여성에게 3~9배 정도 많다.

교체되는 인격들은 각자 다른 환경에 속한 다른 인물. 연령은 물론이고 가치관, 학력, 말투, 주된 정서에서도 차이가 난다. 간혹 인격마다 생리적 기능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시력이 좋았던 사람이 인격이 바뀌고 나면 안경을 쓰지 않고서는 바로 앞에 있는 사물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시력이 떨어지는 사례도 있고,  알레르기에 대한 반응이 다르게 나타난 경우도 있다. 인슐린에 대한 혈당 검사에서 차이를 보였다는 보고도 나와 있다.

  
다중인격 장애 환자의 인격은 2~20가지 정도. 보통 남성은 약 8가지, 여성은 평균 15가지 이상의 인격을 소유하지만 최고 100가지 이상의 인격을 보인 사례도 보고된 적이 있다.

다중인격 장애가 과거에 비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장애가 특정한 사회적 분위기나 문화적 환경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가족 등 공동체가 해체되고 사회에 폭력이 만연되면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다중인격 장애에 대해서는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이 없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치료 또한 마찬가지다. 최면요법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확실한 치료법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 원칙을 강조하기보다는 환자 개인에 따른 모델을 중요하게 여기고, 일상과 경험에 대한 접근에서부터 시작하는 편이 가장 효과적이다.

누구나 다중인격의 가능성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중인격 장애가 호기심의 대상이자 창작의 소재가 되는 까닭은 누구나 그 가능성과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렸을 때, 이상형인 동시에 어머니의 유일한 남성이며 결코 이길 수 없을 것 같던 상대인 아버지를 한 번이라도 미워해 본 적이 있는 남자라면 누구나 다중인격의 가능성이 있다.

 
당신의 모습이 당신 마음에 쏙 드냐고 물었을 때 주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지금과는 다른 나를 꿈꾼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중인격의 가능성이 있다. 하다못해 누군가를 미워해t서 한 번이라도 그 사람을 혼내 주고 싶어 했다면 그것만으로도 가능성은 있다.

  

‘현실 속의 나’는 할 수 없지만 ‘내 안의 다른 나’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며 욕망에 솔직하고서도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점도 그렇다. 이쯤 되면 다중인격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정상이든 비정상이든 간에 꿈의 실현이 아닐 수 없다. 

다중인격 장애의 진단 기준

1.둘 또는 그 이상의 각기 구별되는 정체감이나 인격 상태가 존재한다.
 (각 정체감은 환경과 자신을 지각하고 생각하는 데 있어 상대적으로 지속적인 독특한 방식을 지니고 있다.)
2. 적어도 둘 이상의 정체감이나 인격 상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행동을 통제한다.
3. 일시적인 망각으로 설명하기에는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중요한 개인 정보도 회상하지 못한다.
4. 이 장애는 물질(예:알코올 중독 상태에서의 일시적인 의식 상실이나 무질서한 행동)이나 일반적인 의학적 상태(예:복합성 부분 간질)의 직접적인 생리적 효과로 인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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