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서는 체질에 관한 이야기를 흔히 들을 수 있다. 한의사나 언론매체 혹은 건강 서적 등에서 소개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일반인들도 자기들이 어느 체질에 속하는가를 놓고 서로 논란을 벌이기도 한다.
체질이라는 말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며, 마치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틀린 것처럼 각 사람의 체질은 천차만별이라고 불 수 있다.
체질, 왜 누구는 병에 걸리고 누구는 괜찮은가?
체질은 유전적 ․ 후천적으로 형성되며, 신체의 기능 구조 및 심리적으로 표현되는 비교적 안정된 개체(個體)의 특성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또한 체질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존재하며(보편성), 얼굴 생김만큼이나 천태만상으로 복잡 다양하고(복잡성), 정신과 육체에 걸쳐 전면적으로 그 특징이 표현되며(전면성), 일생을 통하여 끊임없이 발현되는(연속성) 등의 기본적인 특징을 지닌다. 그리고 이러한 체질적 특성이 건강상태에서는 생리 반응성으로, 일단 병이 발생하면 발병(發病) 경향성으로 나타나게 된다.
역사적으로 체질에 대한 인식은 동 ․ 서양에 걸쳐 상당히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서양의 경우, 엠페도클레스(B.C 504-433)의 4 원소(물, 불, 흙, 공기) 설에 영향을 받은 히포크라테스가 인간을 혈액질 ․ 점액질 ․ 담즙질 ․ 흑담즙질의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눈 것을 위시하여 현대에 이르기까지 약 30여 종의 체질론이 제기되었으며, 동양에서도 이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주례(周禮), 관자(管子) 등에서 지리적 환경에 따른 체질을 논하였고, 전국시대와 한대(漢代에)에 걸쳐 완성된『황제내경 영추(黃帝內經靈樞)』에서는 음양론과 오행론에 입각한 체질론을 제시하였다.
지금까지 30여 종의 체질론 제기
한의학은 병을 일으키는 외부인자보다도 인체의 생활능력, 질병에 대한 저항능력 및 면역기능 등에 해당하는 정기(精氣)를 중시하였으며, 아무리 발병인자가 강력해도 몸 안에 정기만 잘 간직되어 있으면 병이 생기지 않는 것으로 믿어 왔다.
즉 정기의 상태가 건강의 유지와 질병의 발생을 결정하는 중요한 관건이라는 것이며, 이는 다시 한의학의 치료방법이 대부분 정기와 배양과 보존을 목표로 하는 점과 일치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정기 위주의 발병론은 정기와 사기(邪氣, 발병인자)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우세한가라는 양적인 비교로부터 더 나아가 건강과 발병에서 결정적인 관건이 되는 정기가 질적으로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라는 체질적인 인식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래서 일찍이 제시된 정기의 구성 양태가 바로 영추 통천(靈樞通天) 영추 음양이 십 오인(靈樞陰陽二十五人) 음양론적 ․ 오행론적 체질 유형인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체질론이 제시된 이래, 약 이천 년간 한의학계에서의 체질에 대한 별다른 발전은 없었다. 그러다가 약 백 년 전 이제마(李濟馬) 선생이 「영추의 내용 가운데 태소음양인(太少陰陽人)과 오행인(五行人)에 관한 이론이 있지만, 이는 대략적으로 외형(外形)만을 말하였을 뿐이고 장부(臟腑)의 이치는 깨닫지 못하였다고 하면서 기존 한의학에 유학적(儒學的) 내용을 결합시킴으로써 사상체질 의학을 내놓았다.
의학적인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사람마다 건강상태나 발병의 양상에 모두 다소의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동일한 음식에 대한 반응의 차이로부터 똑같은 환경에서도 누구는 병에 걸리고 누구는 괜찮다든가, 같은 감기라도 누구는 땀이 나고 누구는 땀이 나지 않는다든가 하는 비교적 간단한 예와 질병 전반에 걸쳐 사람마다 자기 다른 양상을 나타내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차이들을 일정한 유형으로써 유용한 체계로 정립한 경우는 동서고금을 통하여 찾아볼 수 없었다.
조선말의 이제마는 사람마다 타고난 체질이 다르다는 의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애노희락(哀怒喜樂)’의 네 가지 나누었으며, 그에 연관하여 각 체질의 생리 ․ 병리 ․ 약리 체계를 구성하였다.
사상의학을 실제 치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그 환자가 어느 체질에 속하는 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까지 체질판단을 위한 객관적인 지표가 제시된 바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다음의 사항(표 참조)을 종합하여 결정하게 된다.
나는 어떤 체질인가?
사상의학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생리적으로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주 발생하는 감정에 따라 누구나 음적(陰的) 혹은 양적(陽的)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각자의 이러한 기울어짐이 더욱 심해지면 병이 된다는 것이다.
시중에 나도는 약이나 식품에 관한 광고에서 체질을 개선시킨다는 선전을 많이 하는데 그들이 말하는 체질은 엄밀한 의미에서 사상의학이 말하는 체질과는 다르며 알레르기 체질이니 뭐니 하면서 개선된다는 체질은 체질이 아니라 질환을 의미한다. 이처럼 체질은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다른 체질로 바꾸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도가적(道家的)인 배경을 가지는 한의학이 유학과의 접목이 이루어지면서 사상체질의학이 탄생한 원인은 조선 사회의 특이할 정도로 철저한 유교적 전통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이제마 동의수세보원의 결론이 약물에 의한 치료보다는 인간 개개인의 윤리도덕의 회복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것도 이처럼 유학의 영향을 받은 때문이다.
의학적으로 체질이 중시되어지는 이유는, 개개인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그 개인에 적합한 평상시의 예방조치와 치료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인체 각각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인간중심의 의학정신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 바로 이제마의 사상의학이라 할 수 있다.
황제내경
내경(內徑)이라고도 한다. 의학오경(醫學五經)의 하나이며 중국 신화의 인물인 황제와 그의 신하이며 천하의 명의인 기백(岐佰)과의 의술에 관한 토론을 기록한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동양의학의 바이블 같은 책이다.
정기(精氣)와 사기(邪氣)
정기는 생명기능의 총칭으로 ‘사기’와 반대되는 말이다. 인체의 질병에 대한 방어 저항, 재생능력을 뜻한다. 정기와 반대되는 ‘사기(邪氣)’는 외부에서 들어온 나쁜 기운이라는 말도 되고 병을 일으키는 원인이나 병으로 인한 손상을 뜻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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