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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오장육부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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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민간요법에서 출발하여 의학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춘추전국시대부터 인간을 하나의 흑상(Black box)으로 보아 왔다. 즉 알 수 없는 대상으로 설정하고 그 검은 상자로부터 출력되는 정보를 통해서 그 내부를 파악해 왔던 것이다.

 

오장육부는 무엇인가

물론 한의학에도 소박한 해부학적 경험이 일찍부터 있었으며, 동물이나 시체를 해부하여 인체의 장기를 확인하였던 기록은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절대적인 정확성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즉 해부를 해서 확인한 인체의 어느 구조가 평상시에 정확하게 어떤 기능을 할 것이라는 확신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는 우리들이 즐겨 먹는 순대에 덤으로 주는 간이나 허파를 보면서 그것이 몸 안에서 어떻게 다른 기능을 하고 있는가를 상상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함과 같다.

마찬가지로 2천여 년 전의 한의학자들은 그러한 육안(肉眼) 해부학을 통해서 인체의 생리기능을 파악하는 대신에 인체가 정상 혹은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발현하는 현상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였다. 그리고 육안으로 관찰했던 현상들을 결합하여 한의학 고유의 장기구조를 형성하였다.

그러한 가상모델을 구성하기 위한 정보는 대부분 건강할 때보다는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 그 양(量)과 구체성에 있어서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건강할 때에는 몸에서 별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다른 블랙박스인 한약을 투여하고 침을 놓으면서 인체 내부구조와 생리기능 그리고 한약과 침의 작용부위의 효능을 동시에 알아내기 시작하였는데, 이러한 약물과 침의 작용은 그러한 가상모델 설정에 매우 구체적이면서도 특이성을 가지고 이루어졌다.

 

 

오랜 세월 동안 인체에 직접적인 약물의 적용은 실험적으로 개발된 양약(良藥])이 실제 인체에 적용되면서 생기는 부작용을 원천적으로 배제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한약은 인체라는 알 수 없는 복잡한 구조에 총체적으로 작용하면서도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 방식으로 오랜 세월 연구되어 온 것이다.

2000년 전의 문헌인 『소문 음양응상대론』에서 「지나치게 화를 내면 (肝)을 상하고 슬픈 감정은 노기(怒氣)를 누를 수 있다. 지나치게 기뻐하면 (心)을 상하며 두려운 마음은 회기(喜氣)를 억제케 한다. 지나치게 생각에 골똘하면 비(脾)를 상하고 노기는 그처럼 생각이 지나쳐 마음속에 맺힌 것을 풀어준다. 지나치게 슬퍼하면 폐(肺)를 상하며 희기는 우수(憂愁)를 극복하게 한다. 지나치게 두려워하면 신(腎)을 상하고 차분한 사려(思慮)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한다」고 한 것은 감정을 오행적으로 연관시키고 다시 오장과 관련을 시킨 다음, 오행적으로 그 심리요법까지 제시한 내용이다.

오장(五臟)은 음적(蔭的), 육부(六腑)는 양적(暘的)이다

기론(氣論), 음양학설(陰陽學說)과 오행학설(五行學說)을 방법론으로 채택하고 있는 한의학은 인체의 생리․병리적 현상들이 나타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체내 구조로서 오행론에 입각하여 간(肝), 심장(心), 비(脾), 폐(肺), 신(腎)의 오장을 개념적으로 만들었고, 이를 다시 음양론적인 관점에서 그와 짝을 이루는 쓸개(膽), 소장(小腸), 위(胃), 대장(大腸), 방광(膀胱), 삼초(三焦)의 육부를 설정하였다. 오장은 실질장기(實質腸器)의 형태로 기능상 정적(靜的)인 역할을 하여 상대적으로 음적(陰積)인 성질을 가지고, 육부는 관(管)의 형태로 동적인 기능을 가지면서 상대적으로 양적(陽的)인 성격을 지닌다.

한의학에서의 오장(五臟)의 기능을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간(肝)은 혈액을 저장하고 전신의 혈량(血量)을 조절한다. 그리고 체내의 각종 대사를 주관하며,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을 담당하고, 소화기능과 담즙의 분비와 배설을 도와준다. 또한 전신의 인대와 관련되고 손톱과 눈에 그 상태가 나타난다. 서양의학에서의 간장, 소화기계통, 중추신경계통, 생식기계통 등과 유사한 기능을 담당한다.

심(心)은 혈액의 운행과 혈관계통을 관리하며, 정신이나 사유 ․ 감정 등을 관장한다. 땀의 분비와 관련되며, 혀에 그 상태가 나타난다. 서양의학에서의 심장 순환기계통, 뇌, 중추신경계통, 자율신경계통 등과 유사한 기능을 담당한다.

비(脾)는 음식물의 소화흡수와 수분 대사를 주관하며, 혈액을 생성하고 출혈을 방지한다. 근육과 사지에 관계되며, 그 상태는 입이나 입술에 나타난다. 서양의학에서의 위비(萎脾), 간장, 췌장 등의 소화기계통, 부신피질, 면역계통 등과 유사한 기능을 담당한다.

삼초(三焦)
한의학에만 있는 인체의 개념, 상초, 중초, 하초의 세 부분으로 나뉘며 상초는 일반적으로 흉격부 위쪽의 심장과 폐 기능을 맡하고 중초는 흉격에서 배꼽까지의 부위로 주로 소화기관을 말합니다. 하초는 배꼽 아래쪽으로 신장과 방광의 비뇨생식 계통을 말한다. 이 상초, 중초, 하초는 각각 다른 기능을 하면서 인체의 기의 순환을 만들어 나가고, 이런 기능 상태를 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이 삼초가 호르몬 분비를 뜻하는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기능적인 가상 시스템이다

오장과 짝을 이루는 육부의 작용은 다음과 같다.
담(膽)은 간(肝)에 붙어 있으면서 간의 대사를 도와주거나 결단을 주관하며, 소화를 돕는다.
위(胃)는 음식물들을 받아들이고 소화를 시키면서 소화되고 남은 찌꺼기를 소장과 대장으로 내려 보낸다.
소장(小腸)은 위를 거쳐 초보적으로 소화된 음식을 계속 소화 흡수하며, 그 나머지 찌꺼기는 대장으로, 수액은 방광으로 보내어 소변을 만든다.
대장(大腸)은 소장으로부터 온 음식물 찌꺼기를 계속 아래로 이동시키면서 일부 수액을 흡수하여 나머지를 대변으로 변화시켜 항문으로 배출한다.


방광(膀胱)은 신(腎)의 작용을 거쳐 형성된 소변을 저장하고 일정한 양이 되면 체외로 배출한다.
이와 같은 오장육부의 생리적인 기능은 주로 병적인 상태에서 나타난 현상들을 종합한 다음, 이를 거꾸로 생각하며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룬 정상적 기능체계로 그려낸 것이다. 즉, 한의학의 오장육부는, 서양의학이 장기가 철저하게 구조 중심적으로 파악되는 데에 비하여, 기능적인 가상 시스템인 것이다. 따라서 한의학이 그리고 있는 오장육부의 해부도는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피카소와 달리의 추상화를 방불케 한다.

그리고 이러한 오장육부의 설정은 한약과 침에 대한 이해와 동시적으로 맞물려 이루어졌기 때문에 서로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한의학이 한약과 침을 사용하는 한, 오장육부의 개념은 그를 위한 가장 적절한 설명 도구이며, 한약과 침에 대하여 장님이 코끼리 더듬는 것과 같은 수준의 현재 서양 의약학의 연구 성과로는 현재까지 한의학이 제시하고 있는 오장육부 개념의 효용성을 전혀 무력화시킬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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