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다 아프면서 자란다’·‘별 것 아니니 두면 낫는다’고 하지만 그중에는 치료를 미루면 돌이키지 못하는 병도 있다. 이는 부모의 무관심이라기보다는 잘못된 육아 습관이 빚은 일. 증상이 경미해 조기에 발견하면 대수롭지 않지만 시기를 놓치면 후회가 남을 소아질환 6가지를 알아본다.
호미로 막을 병, 가래로도 못 막는다
소아과 전문의가 말하는 ‘중상은 경미하지만 치료시기를 놓치면 위험할 수 있는 소아 질환’에는 중이염·요도 감염·황달 등이 있다.
황 달
황달이 생기는 원인은 피 속에 녹아 있는 빌리루빈 이라는 색소 때문. 빌리루빈은 적혈구에서 생겨나는데 수명을 다한 적혈구가 파괴될 때 함께 혈관을 타고 간으로 가서 쓸개즙이 된 뒤 장을 통해 대변으로 배설된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서 나타나는 생리적 황달은 약 3분의 1 정도의 신생아에게서 태어나고 증상도 심하지 않다. 신생아에게 황달이 많은 것은 신생아의 간이 아직 미숙해서이다. 태내에서는 엄마가 빌리루빈을 대신 처리해 주지만 출생 후에는 아기 스스로 처리해야 되는데 미숙한 신생아의 간이 제기능이 다 할 수 있으려면 보통 2∼3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생리적 황달은 생후 1일부터 7일 사이에 나타나고 1주일이 넘어가면 사라지는 것이 보통.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황달이 심해지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생리적 황달은 산모와 아기의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을 때나 산모에게 당뇨가 있을 때, 또는 미숙아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모유성 황달은 모유를 먹는 아기에게 나타나는 황달. 그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2∼3일 정도만 모유를 먹이지 않으면 상태가 많이 좋아지고 황달이 완전히 사라지면 다시 모유를 수유해도 된다.
문제는 이 두 가지를 제외한 다른 원인으로 인해 생긴 황달이다. 황달은 그 자체가 질병이라기보다는 질병 등 다른 원인으로 인해 나타나는 2차적인 증세인 경우가 많다. 세균 감염·담도 폐쇄나 기형·간염·용혈성 빈혈로 인해 황달이 올 수 있고 이럴 때는 매우 위험하다.
그 결과 뇌성마비나 저능이 유발되기도 한다. 황달의 정도는 전문의들도 검사를 해보아야 확실하게 알 수 있을 만큼 육안으로 판별하기 어렵다. 따라서 황달이 5일 이상 지속되면 지체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도록 한다.
중이염
아무리 타일러도 아이가 TV 앞에 바짝 붙어 앉아 떨어지지 않는다면 시력이나 청력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TV 앞에 가까이 앉아 있으면서도 볼륨을 크게 올린다면 귀에 이상이 있지 않나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중이염은 감기나 인후염과 함께 오는 수가 많다. 따라서 아기가 귀를 자주 만지거나 밤중에 깨어나 귀를 붙잡고 자지러지게 울면 중이염일 가능성이 높다. 우유를 먹을 때 우유병을 빨면서 귀를 만지며 울어도 중이염을 의심해 본다. 아이에 따라서는 귀가 먹먹하다는 말을 자주 하고 부쩍 집중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특히 평소 말을 잘 안 듣는다고 생각하는 자녀라면 더욱 주의해 살펴보아야 한다. 말을 안 듣는 것이 아니라 잘 안 들릴 수도 있기 때문. 또한 아이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거나 짜증이 늘고 시끄러운 장소에서는 말을 잘 못 알아들어도 중이염일 가능성이 있다.
고막에 물이나 고름에 차지 않는 한 대개의 중이염은 어렵지 않게 낫고 간단한 약물치료나 껌을 씹는 물리적인 치료로도 완쾌된다. 그런데도 중이염이 만성화되거나 농이 흐르는 상태까지 악화되는 것은 도중에 치료를 중단하기 때문이다. 2∼3일 약을 먹으면 증세가 일시적으로 가라앉고 낫은 것처럼 보여 환자가 임의대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무리 경미한 중이염이라도 10일 이상은 치료를 해야 하고 완치되려면 3∼4주는 걸린다. 오히려 최근에는 항생제 남용으로 인해 치료 기간이 늘어나는 추세이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꾸준하게 치료를 받도록 한다.
유난히 소변을 자주 보는 아이들이 있다. 금방 소변을 보고 왔는데도 시원하지 않다며 다시 화장실에 가고 평소에는 혼자서 잘하던 뒤처리를 하지 못해 소변을 흘리거나 속옷에 묻히기도 한다.
아이들이 소변을 자주 보는데는 심리적인 원인이 많다. 처음 유치원에 갔거나 환경이 갑자기 변했을 때, 동생이 생겨 멀어진 부모의 관심을 끌고 싶을 때 아이들은 이런 증상을 보인다. 즉, 스트레스나 불안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퇴행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열이 나고 소변을 볼 때마다 통증이 있으며 배가 아프다고 한다면 요로 감염일 가능성이 높다. 소변에서 이상한 냄새가 날 때도 마찬가지다. 요로 감염은 소변이 나오는 길인 요로에 염증이 생기는 병으로 요로에 기형이 있거나 소변이 요로를 통해 신장으로 역류해 생긴다.
요로 감염이 위험한 이유는 소변을 볼 때 느끼는 통증 때문만은 아니다. 원래 소변은 신장에서 만들어져 방광으로 보내지고 일정한 양이 모이면 요도를 통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정상. 그러나 요로 역류가 있으면 소변이 배출되지 못하고 반대로 콩팥으로 재흡수되는데 이 과정이 되풀이되면 나중에 신장을 크게 다칠 수도 있다.
요로 감염의 증상은 연령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돌 이전의 아기들은 눈에 띄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부모가 알아차리기 매우 힘들다. 또한 아기가 열이 있고 잘 안 먹거나 보채고 토하며 설사를 하므로 감기나 장염으로 잘못 판단하는 경우도 많다.
한마디로 요로 감염을 막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그러나 대변을 본 뒤 앞쪽에서 항문 쪽으로 닦아내는 습관은 요로 감염을 예방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치료는 감염을 일으킨 원인균에 따라 다르지만 10일 이상 꾸준하게 약을 복용하고 의사가 완치되었다고 할 때까지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요로에 기형이 있어 감염이 되었을 때는 재발하기 쉬우므로 정기적으로 소변검사를 하도록 한다.
사 시
사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눈의 초점이 맞지 않는 것이므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대부분 알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발견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아이에게 사시가 있는지 판단이 잘 서지 않을 때는 맑은 날 아이를 데리고 야외로 나가 본다.
정상인 사람은 물체를 볼 때 두 눈을 모두 사용하고 정면을 볼 때는 두 눈의 검은 동자가 눈 가운데 있지만 사시가 있으면 한쪽 눈만 정면을 바라보고 다른 한눈은 정면이 아닌 곳을 쳐다본다. 사시가 있는 아이에게 몰려 있던 눈으로 정면을 바라보게 하면 다른 눈이 몰린다.
소아의 사시가 위험한 까닭은 방치하면 시력이 정상으로 발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의 눈은 두 눈이 모두 같은 물체를 보고 있어야 물체가 입체적으로 보이는데 사시가 있으면 두 눈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어 두뇌가 혼란을 겪게 된다.
또한 한쪽 눈을 집중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사용하지 않는 다른 눈은 시력이 발달되지 않아 약시가 될 수도 있다. 사람의 눈은 태어났을 때는 시력이 매우 낮고 6세 정도가 되어야 비로소 성인의 시력에 도달한다.
시력은 저절로 발달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과 훈련을 반복하면서 나아지므로 사용하지 않는 눈은 퇴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시가 없이 눈이 올바르게 정렬되어야 사물을 입체적으로 보는 것이 가능하고 시력이 균형 있게 발달해 약시가 생기지 않는다.
수술은 안구 전체를 외부로 드러내고 하는 것이 아니라 눈을 덮고 있는 결막을 조금 절개하고 안근육을 조정해 눈의 위치를 옮겨 놓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시가 심하면 1번의 교정 수술로 어려울 수도 있고 재발할 수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예후가 좋은 편이다.
철 결핍성 빈혈
생후 6개월이 안된 아기는 모유나 우유만으로 충분하지만 그 이후가 되면 철분이나 비타민 등이 서서히 부족하게 된다. 6개월이 될 때까지는 태어나기 전에 만들어졌던 철분을 사용하지만 그 시기를 넘어서면서 고갈되어 버리기 때문. 이 시기가 넘어서면 아기는 더 이상 모유나 분유만으로 충분한 양의 철분과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없으므로 이유식을 시작해야 한다. ‘완전식품인 우유와 그보다 더 좋은 모유’만으로는 아기가 제대로 자랄 수 없다는 뜻이다.
철분은 정상적인 혈액을 만드는데 꼭 필요한 성분일 뿐 아니라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게 도와주고 저항력도 길러준다. 간혹 골고루 먹은 아기도 철 결핍성 빈혈을 보이는 수가 있는데 이는 아기의 몸이 철분을 흡수하는데 아직 익숙하지 못해서이거나 성장 속도가 빨라 요구량이 급속하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철분의 흡수율은 식물성보다는 동물성 철분이 더 좋고 아기가 부쩍 크면 갑자기 부족할 수도 있으니 항상 신경을 쓰도록 한다. 대부분의 빈혈은 서서히 진행되므로 가벼운 빈혈일 때는 거의 증상이 없고 좀 더 진전이 되어야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빈혈은 조기에 발견하기 어려워 심각해진 뒤에야 부랴부랴 병원을 찾는 수가 많은데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 접종을 할 때 의사와 상담하고 정기적으로 검진을 하는 것이다.
소아 비만
비만이 건강의 적신호가 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 성인들은 조금만 살이 쪄도 다이어트를 하지만 아직도 아이들은 포동포동한 것이 건강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소아 비만은 방치하면 대단히 위험한데 이는 지방 세포 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성인은 살이 찌면 지방세포의 크기가 자라는 것이 보통이지만 한창 자라는 아이들은 살이 찌면서 지방 세포 수도 함께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살이 조금씩 찌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많이 찌며 비만의 정도도 성인보다 매우 심하게 된다.
소아 비만의 원인은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있는데 부모가 모두 비만인 경우에는 자녀의 80%가, 한쪽만 비만일 때는 40% 정도가 비만에 걸린다고 한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뭐니 뭐니 해도 과다한 열량 섭취와 운동 부족이다.
소아 비만은 매우 심각해지지 않는 한 중장년 비만에 비해 치료가 쉬운 편으로 음식 섭취량을 제한하고 운동량을 늘리면 비교적 수월하게 비만이 해결된다. 그러나 문제는 ‘뚱뚱한 아이도 자라면 살이 빠진다더라’ 하면서 저절로 비만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태도다.
아이의 비만 정도는 육아책 등에 나오는 성장곡선을 그려보면 쉽게 측정할 수 있고 아이에게 이상이 없더라도 건강을 위해 정기적으로 성장곡선을 그리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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