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 = 미쳤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우울해하고 있다. 모든 빌미를 제공해 주는 경제 불황 사태에, 지루하고 짜증 나는 정치행태에, 그래도 잘만 사는 외계인 같은 몇몇 우리 이웃들에게, 생존을 내세워 무례와 몰염치가 판을 치는 사회를 보며, 그도 아니면 별다른 이유도 없이 괜히 불안하고 우울해진다.
마음의 감기, 우울증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남자의 5`~12%, 여자의 10~25%가 평생 한 번은 경험하는 대표적인 정신질환이 바로 우울증인데, 아마 우리가 실제로 피부로 느끼는 빈도는 훨씬 더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냉정히 따져보면 살아가면서 간혹 우울해진 경험이 없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을까? 대개 그 정도가 심하지 않고 짧은 기간만 지속되기 때문에 그렇지만, 우울한 감정, 비관적인 생각, 불면증, 식욕감퇴 등의 현상이 수주일에서 6개월 정도 지속되면 우울증이라고 볼 수 있다. 병으로 인정하고 제때 치료를 받으면 쉽게 치료가 되지만, 치료받지 않은 경우 설사 자연적으로 치료가 되었다 하더라도 50%의 높은 재발률을 보인다는 점을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제일 큰 장벽은 정신병 어쩌고 하면 그 근처만 가도 당장 미친 것과 동일시하며, 정신과에 가는 것을 극도로 금기시하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통념이다(바로 이런 분들부터 정신과 진료를 받아야 우리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평소보다 심하게 우울한 경우, 살아가다가 감기를 앓을 수 있으며 땀 내고 푹 쉬는 것만으로 안될 때 감기약 먹는 것처럼 우울증도 병의 일종(마음의 감기)으로 여기고 제때 진료를 받거나 필요하면 항우울 약을 먹으면 되는 것이다.
내버려 두면 자살할 수도 있다
각종 신체질환(갑상선기능저하증이 가장 흔함, 심혈관계 질환), 유전적 원인(가족 중에 우울증이 있는 경우 발병률이 높다), 심리적 원인(일상생활에 있어서의 상실감, 열등감, 자기 비하 등), 알코올과 약물, 생활과 관련된 혹은 환경적 스트레스가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 특히 여성의 경우 임신, 출산, 월경주기와 피임약의 사용 등 남성과 다른 신체적 및 사회심리학적 요인의 차이로 발병률이 남성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자살은 우울증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결과라고 할 수 있는데, 환자들의 약 10% 정도가 자살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임이 지적되었다. 연구에 의하면 45세 이상, 남성, 이혼이나 사별자, 실직자, 대인관계에 갈등이 많고 고립된 경우, 가족관계가 혼란스럽고 갈등이 많은 경우 자살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자살률은 경제가 불황이면 사회전반적으로 좀 더 증가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우울증의 치료법은?
사회생활을 해가면서 받을 수 밖에 없는 스트레스를 그때그때 해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우울증의 가장 좋은 예방법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 내과 검사 및 심리검사를 통해서 일단 우울증으로 진단이 되면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치료를 실시한다.
정신치료 : 정신치료를 받음으로써 환자는 자신의 우울증세를 깨닫게 되며, 의사는 우울증의 유발원인을 찾아내고 그것을 토대로 올바른 치료를 할 수 있다. 또한 그 대처방법에 대해 가르쳐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기에 어떤 징후를 알아내어 가벼운 우울증이 심각하게 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약물치료 : 불안감이나 수면장애가 있으면 흔히 벤조디아제핀계 진정수면제를 사용하며, 기분이 늘 좋지 않을 때에는 리튬이나 발프론산 같은 기분안정제를 쓰기도 하지만, 우울증의 약물치료의 기본은 역시 항우울제로, 좀 전문적이기는 하지만 삼환계 항우울제니 모노아민 산화효소억제제 등이 옛날부터 널리 사용되어 왔다. 최근에는 부작용도 많이 없어지고 치료효과가 개선이 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가 주목받고 있는데, 쉽게 말해 이 계통의 약은 우리 몸 안에서 신경의 흥분상태를 유지해 주는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이 일정한 농도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해 주는 역할을 한다.
통합치료 :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를 병행하는 치료법으로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고 두 방법을 적절히 섞어서 치료하게 되는데, 최근에 많이 사용한다.
집단치료 : 비슷한 증상을 가진 환자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고통을 나누고 우울증을 극복해 나가는 정신치료의 한 가지 형태로써 세상과 자신을 부정적이고 비관적으로 보는 경향을 수정해 주는데 큰 도움을 준다(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이 모든 치료의 시작이다).
병은 알려야 한다
이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울증은 누구나 예외 없이 걸릴 수 있다. 주부 우울증, 노인성 우울증, 계절성 우울증, 산후 우울증, 중년기 우울증이다. 요즘 최대의 화두인 경제불황 증후군 등등이 모두 우울증의 다른 모습임을 알면 새삼스럽게 놀랄 일도 없을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름이야 어떻든 적절히 대처하기만 한다면 쉽게 치료될 수 있는 병이라는 것이다. 우울증을 병으로 인정하지 않거나, 인식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숨기는 우리 사회의 속성이 치료를 어렵게 만드는 최대의 적이다. 일단 우울증으로 진단이 되면 충분한 상담을 통해 여러 가지 치료방법 중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해야 하며, 물론 극복할 수 있다는 환자 자신의 의지와 가족들의 관심이 중요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몸의 병이 아닌 마음의 병인 만큼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한데, 특히 환자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에서 유의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즉, 주위 사람들부터 우울증이 단순히 성격이 여리거나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병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며, 환자의 상태를 무시하지 말고 말과 행동에 귀를 기울일 것이며, ‘네가 마음하나 잘못 먹어서’ 등으로 발병의 원인을 환자의 탓으로 돌리거나 환자를 비난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환자의 잃어버린 자존심을 찾아주고 키워주고 지켜주며, 반면 자존심에 상처를 줄 수 있는 ‘여행을 해보라’, ‘이렇게 마음을 먹어라’ 등과 같은 해결책을 섣불리 제시하지 않아야 한다.
우울증은 우리 주변의 다섯명 중에 한 명은 걸릴 수 있을 만큼 흔한 증상이다. 감기처럼 병으로 인정하고 필요할 때 감기약을 먹는 것처럼 적절한 정신과적 치료와 함께 항우울제의 사용으로 건강한 웃음을 되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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