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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건강

모든 병은 통하지 않는데서 온다

숨통이 막히면 죽고, 하수도가 막혀도 불편하기 이를 때 없다. 쓰레기만 며칠 치우지 않아도 냄새가 진동을 해 지나는 이들이 눈살을 찌푸린다. 모든 것이 잘 소통하고 있을 때는 별로 불편한 것을 모르지만 막히면 당장에 괴롭다. 정치와 경제도 경색되지 않고 잘 돌아가야 모두가 편한데 그렇지 않으면 온 국민과 사회가 몸살을 앓아 여러 가지 증상을 일으킨다. 정신질환도 결국 통하지 않는데서 온다. 진정으로 통하는 사람이 한 사람만이라도 있다면 정신병에 걸리지 않는다.

 

모든 병은 통하지 않는데서 온다

 사오정 시리즈가 유행한 적이 있다.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동문서답을 하며 서로 자기 이야기만 한다. 그래서 아들에게 왜 사오정이 그런 엉뚱한 대답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사오정은 귀가 잘 안 들린다고 하였다.  지금 우리는 사오정처럼 귀를 막고 살고 있다. 남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고, 남을 이해하려 하지도 않는다. 자기 살기에 급급해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고 자기 입장만 주장한다. 아이들 사이에서 우스개 소리로 통하는 사오정 시리즈는 통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일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건강한 어른이 절실히 필요하다

실직한 가장은 집에 있으면 아내와 가족들의 눈치가 보이고, 밖으로 나가면 직장 생활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동안 써오던 습관이 갑자기 없어지지도 않는다. 나이가 차서 정년퇴직을 해도 퇴직 후 우울증으로 시달리는 경우가 많은데 한창 일할 나이에 실직한 것은 정신적으로도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런 남편을 보며 우울증에 빠지는 아내도 많다. 

 

실직한 남편이 불쌍해 말 한마디하지 못하고, 하루종일 빈둥거리는 남편을 바라보는 일도 쉽지 않고, 늘 밖에서 생활하던 남편이 집에 있으면 아내가 자유롭지 못하다. 게다가 경제적 압박감까지 겹쳐 아내가 우울증에 빠지거나 잦은 충돌로 인해 가정파탄까지 가져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이 개인이 무너져 내리고 가정의 안전한 틀이 깨어지면 사람들은 마음 붙일 곳이 없어져 점점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한 가정에서 정신질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그 환자가 가족전체의 정신병리를 대변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에서 생긴 이와 같은 문제는 우리 사회의 병리를 대변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예전에는 가난했어도 지금처럼 각박하지 않았다. 물질적으로 더 풍요로워졌지만 우리의 마음은 점점 더 여유를 잃어가며 서로를 외면하며 살고 있다.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고 나 혼자만 편하게 지낼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고 서로 공존하는 지혜를 터득해야 할 것이라 본다.

  
가족 내에 정신질환자가 발생하였을 때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탓을 돌리고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탓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책임감을 느끼며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으려는 건강한 어른이 없으면 치료가 불가능하다. 오랜 세월 습관화 되어버린 가족 간의 잘못된 관계 양상이 고쳐지지 않는 한 환자만 치료해서는 낫지 않는다. 따라서 가족들의 적극적인 반성과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에도 이 사회를 책임질 건강한 사람이 많으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잘 극복할 수 있으리라 본다. 

 

부모 자식, 가장 기본적인 부분부터 통해야

고등학교 남학생이 병원을 찾았다. 처음에는 쭈빗 거리고 망설이기에 편안하게 무엇이든지 이야기하라고 하니 “습관적으로 침을 자주 삼키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조용한 수업시간에 자꾸 침 삼키는 소리를 내서 주변의 아이들이 싫어하는 것 같아 신경이 쓰여요.” “ 그러다 보니 공부시간에 집중이 되지 않고 요즘은 더 심해져서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할 때도 그런 게 신경이 쓰여 괴로워서 피하게 돼요.”라고 하였다. 그런 지가 벌써 1년이 넘어 그동안 성적도 많이 떨어졌고 이제는 입시도 얼마 남지 않아 부담이 커져 고민을 하다가 결국 병원을 찾았다는 것이다. 
 “부모님께서 네가 그런 일로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느냐?”라고 물었다. 
“말씀드리지 않았어요.” 
“네가 그렇게 괴로운데 왜 말씀을 드리지 않았니?” 
“이해하시지도 못할 것이고, 또 이런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아요.” 
“아니 왜, 부모님인데 그렇게 생각하지?”  


“이것은 부모님과 아무 상관이 없어요. 가족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 왜 가족에게 알려야 하죠?”하며 짜증스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환자들이 정신과를 찾을 때 보통 한두번 생각하고 오는 경우는 드물다. 많이 망설이다가 어쩔 수 없을 때 찾아온다. 정신과까지 찾을 정도로 괴로운데도 그것을 부모님에게 말하지 않았다는 것은 부모님과 전혀 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이 힘들고 어려울 때 가족에게 털어놓고 이야기를 하면서 방법을 찾아내고 조금씩 위로를 받고 걱정을 함께 나눈다. 


이 학생은 자기 문제를 부모님에게 이야기하면 더 복잡해지고 차라리 이야기하지 않고 혼자 해결하는 편이 낫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부모님과 통하는 것을 포기하면서 친구나 이성친구들과 통해보려고 애를 쓰게 된다. 그런데 거기서도 역시 통하지 못하면서 증상이 생기고, 그 증상 때문에 대인관계가 더욱 어려워지게 되었다. 


결국 부모와 전혀 통할 수 없다면 다른 사람과도 통하기는 어렵다.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틀이 어린 시절 부모나 정서적으로 중요했던 사람들과의  관계양상(패턴)을 되풀이하기 때문이다. 


이런 증상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가 어렵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사람들과 통하기 어려우니 증상을 만들어내 실제 문제를 감추는 것이다. 이 학생은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그런 이야기는 전혀 하고 싶지 않다고 하였다. 


부모는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특히 어머니는 내게 어떤 존재인가? 내가 가장 어렵고 지쳐 있고 갈 곳이 없을 때, 그리고 내가 큰 잘못을 저질러 세상의 모든 이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아도  결국은 나를 감싸주고 이해해 주며, 끝내 바르게 될 것이라고 믿어주면서, 내 편이 되어주는 마지막 안식처, 고향과 같은 존재이어야 한다. 


이것은 사람들에게 상당한 위로가 되고 세상을 활기 있게 살아갈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 어린 시절 가장 중요했던 사람과의 정서적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어가게 되므로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가 자식을 귀하게 여기면 자신도 자기를 귀하게 생각하지만 부모가 자식을 원치 않았던 경우에는 자기도 자신을 비하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는 우리의 바탕이기 때문에 뿌리이며 근원이다. (그래서 부모와 잘 통했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도 잘 통하며 지낼 수 있다.) 

 

잘 통한다는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잘 통할 수 있을까?

첫째, 자기 자신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자기 자신과의 소통은 자신에 대한 바른 이해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뿌리는 대부분 부모와의 관계에서 형성이 된다. 부모로부터 따뜻한 사랑과 이해를 받은 경험이 있는 자는 자신을 존중하고 자존심이 살아 자신을 아끼고 건강을 돌볼 줄 안다. 그래서 신체의 작은 반응도 읽고, 자신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감정들에 대해서도 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직면하여 느끼면 문제는 쉽게 풀어진다. 


그런데 자기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읽지 못하면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전혀 분노를 느끼지 못한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공연스레 짜증이 나고  그것이 누적되면 엉뚱한 데 가서 화풀이한다. 
정신치료를 한다는 것은 자기의 마음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지도록 함으로써 자신을 바르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자기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어야 선입관 없이 다른 사람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둘째,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이다. 그러려면 바르게 주고 바르게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일방적인 관계는 오래 지속이 되지 않고 서로 멍이 들게 될 뿐이다. 잘 주고 잘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대화를 잘해야 한다. 대화에는 언어적인 소통과 비언어적인 소통이 있다. 비언어적 소통이란 얼굴 표정, 말투, 몸짓 등을 말한다.  


실제로 언어적인 소통도 중요하지만 비언어적인 소통이 더 큰 영향을 줄 때가 많다. 아이들이 엄마에게 할 말이 있어 “엄마!” 하고 부른다. “왜?”하는 엄마의 말투에는 이미 짜증이 배어 있다. 그래서 아이는 “아니 됐어요.” 하고 만다. 그러면 불러놓고 말하지 않는다고 짜증을 내고, 아이는 역시 엄마와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부모 자식 간의 거리는 자꾸 멀어지게 된다. 영! 말하고 싶은 마음이 싹 가신다. 그러면 아이는 밖에 나가서  통할 수 있는 다른 대상을 찾게 된다.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 지를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한다. 갓난아이를 돌보는 어머니는 아이의 울음소리만 듣고도 배고파 우는지 기저귀가 젖어 우는지 어디가 아파서 우는지 등을 쉽게 안다. 생리적으로도 아기가 배가 고플 때쯤이면 어머니 젖가슴에 젖이 돈다고 한다. 어머니와 아기는 하나의 장(場) 속에 있어 서로 깊이 통하고 있기에 이것이 가능하고 또 그래야 아이가 생존할 수 있다.

 
그런데 부부간의 갈등이 심하다든 지 어머니의 마음이 불편하면 어머니는 아이와 깊이 통할 수 없다. 그래서 아이가 여러 번 울어도 자신의 고민에 빠져 있으면 제때에 달려가 도와주지 못한다. 여러 번 울어도 도움을 받지 못하면 결국 우는 것을 포기하고 만다. 그것은 생존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서로 잘 통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존중

아이들이 성장하면 그들의 생활반경이 커지고 다양해진다. 지금까지와 다른 장(場)이 열리게 된다. 이때쯤 되면 아이들은 부모와 세대차이 운운하면서 자기만의 세계를 열어가고자 한다. 그러면서 부모와 자식이 통할 수 있는 공통분모가 줄어드는데 이것은 독립된 인격체로 커 가는 과정이다. 이제는 부모와 다른 방식과 양상으로 관계하고 통해야 한다. 어떤 부분은 잘 통하고 어떤 부분은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고 인정해 주고 이해해 주며 서로 교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부모의 연장선으로 자식을 바라보고 관계하려 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것들이 개선되지 않으면 한쪽에서는 분명히 줬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받지 않았다고 한다. 부모는 자신이 어릴 때 부모로부터 받고 싶었던 것을 주면서 모든 것을 다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이들은 자기가 받고 싶은 것을 받지 못하면 받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러면 둘 사이는 영원히 통하기 어렵다. 따라서 서로 잘 통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존중하면서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서 채워주어야 한다.   

 

셋째, 우리 주변의 모든 것과의 관계도 바로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변의 모든 것들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은 자연을 벗삼아 함께 공존하는 이치를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그런 것들이 무시되고 인간 위주의 삶을 살면서 자연이 파괴되고 있다. 지구 환경이 파괴되어 가는데 인간만이 홀로 살아남을 수 없다. 따라서 주변의 것과 조화를 이루고 사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선조들은 자연을 벗삼아 함께 공존하는 이치를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은 모든 사물의 근원인 기(氣)의 장(場)을 다루어 치료하는 생명장의학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터전도 우리에게 영향을 주고 있고, 주변의 집기, 장신구 등까지도 우리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기 때문에 그 관계도 바로 세워나가야 한다. 
이와 같은 것들이 서로 잘 통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약한 곳부터 시작해 차츰 병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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