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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식

치질, 직립보행이 가져 온 태고(太古)의 질환

전 국민의 60%에서 약 70%가 치질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질환인데도 그 부위가 항문이라는 이유로 생긴 멸시감이나, 치질에 의해 죽지는 않으므로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러나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이나 불편을 알기 힘들 정도로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치질이다. 국민병이라고까지 불리는 치질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본다. 

수술 후 재발률 거의 없고 통증도 적어

 45세 중년 사업가인 김 아무개 씨. 그는 친구의 빈정거림을 참지 못해 수술을 결심한 경우다. 골프장에서 바지에 피가 흥건히 젖은 모습을 보고 동료들 중 하나가 속도 모르고 놀려댄 것이다.

 

그는 탈항증세가 나타난 지 10년이 넘는다고 했다. 처음에는 화장실에서 일을 볼 때만 밑이 빠져 손으로 밀어 넣으면 괜찮아지곤 했는데, 3년 전 골프를 치다 힘을 무리하게 주었더니 탈항이 되었다. 병은 서서히 악화돼 1년 전부터는 길을 걷다가도 탈항이 되어 외출하는 것도 무척 꺼려질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골프장에서 망신을 당하고서야 병원을 찾았는데 수술 후 항문이 새지 않느냐, 통증이 심하지 않으냐, 재발은 없느냐는 등 걱정이 태산 같았다.

 

평소 배변에 별문제가 없는 사람들은 항문의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 줄 모른다. 그러나 항문질환으로 고생을 해 본 사람들에게 배변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항문도 주인이 괄시를 하면 어느 날 갑자기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평소 관리를 못한 주인에게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항문의 대표적인 3대 질환은 치핵, 치루, 치열이다. 이를 통칭 치질이하고 하는데 우리가 보통 치질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중 치핵을 말한다. 

 

우선, 치핵이 있으면 항문에서 피가 난다. 화장실에서 변을 볼 때 화장지에 묻거나 한두 방울 떨어지다가 시일이 지나면 피가 뚝뚝 떨어지거나 물총을 쏘듯 쭉 뻗기도 한다. 또, 치핵덩어리가 커지면 배변 시 치질이 항문 밖으로 빠져나온다. 처음에는 통증이 없지만 항문에 상처가 나거나 염증이 생기면 몹시 아프다.

 

반면 치열은 항문이 찢어지는 것으로 배변시 피가 나오면서 아프다. 또 같은 통증이라도 하루종일 항문 속이 아프면 항문암을 의심해야 하며, 일 년에 서너 차례 잊을만하면 항문이 심하게 아픈 경우에는 항문거근증일 가능성이 높다.


치루의 전단계인 항문농양은 열이 나면서 항문에 통증이 생기는데 처음에는 감기처럼 머리만 아프거나 몸살기만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 항문주위가 퉁퉁 붓고 앉기도 불편해진다.

치질은 왜 생길까?

항문은 소화기관의 마지막 출구다. 때론 무르고, 때론 단단한 변을 피부손상 없이 내보내려면 입술과 같은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조직이 필요하다. 따라서 조물주는 항문에 혈관덩어리로 된 큰 쿠션 3개와 작은 쿠션 3개를 만들어 장착해 주셨다. 항문이 잘 찢어지고 피가 나오는 것은 이렇게 거미줄처럼 얽힌 핏줄에 배변의 압력으로 상처가 나기 때문이다.


치핵은 이 쿠션이 일부 손상된 곳으로 밀려 나와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다. 찬곳에 오래 앉아있어 정맥혈관이 뭉치거나, 화장실에 오래 앉아 힘을 주는 압력에 의해, 술 또는 혈관의 노화가 바로 조물주가 만들어 놓은 방석을 찢어 내장을 솟아오르게 하는 것이다.

 
항문에 혹이 생겼다면 일단 치핵으로 생각해도 거의 틀리지 않는다. 치핵은 그 형태나 위치에 따라 내치핵(암치질), 외치핵(수치질), 혼합치핵(내치핵과 외치핵이 복합되어 있는 것)으로 크게 나눈다. 혼합치액이 70%를 차지하며, 내치핵이 20%, 외치핵이 10%를 차지한다.

증상에 따라 다음과 같이 4기로 나누며 치료도 다르다.
 

내치핵 1기 : 어쩌다 한 번씩 빨간 피가 화장지에 묻거나 변에 묻어 나오는 경우를 말한다. 항문 속을 들여다보면 약간의 울혈이 있다.
내치핵 2기 : 변을 볼 때마다 치핵이 약간 돌출되었다가 배변이 끝나면 저절로 들어가 별로 불편함을 모르는 경우.
내치핵 3기 : 배변 시 치핵이 항문 밖으로 나와 손으로 밀어 넣어야 되는 경우.
내치핵 4기 : 배변 후에도 밖으로 나온 치핵이 손으로 밀어 넣어도 잘 들어가지 않고, 들어갔다가도 힘을 주거나 걸으면 금방 나오는 경우.

치질, 궁금한 다섯 가지 치질은 모두 수술해야 하나?

치질이라고 하면 지금까지 심한 경우만 얘기되어 왔기 때문에 대부분 반드시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치핵의 80%는 수술하지 않고 치료가 가능하다. 즉 다른 방법으로 치료가 불가능할 때 최종적으로 선택되는 치료법인 것이다. 예를 들면 변을 볼 때마다 나와서 밀어 넣어야 되는 탈항의 경우, 염증으로 통증이 심할 때, 다른 방법으로 재발이 되었거나 효과가 없을 때 등이다.

수술을 하면 변이 줄줄 샌다는데?

치질수술은 잘못할 경우 항문의 조임새 역할을 하는 괄약근을 다치기 쉽다. 그래서 항문수술은 암수술도 척척 해내는 의사들도 어렵다고 쩔쩔맨다. 하지만 항문의 기능과 구조를 아는 항문 전문의가 수술하면 항문이 새는 일은 절대 없다. 

수술을 하면 통증이 심하다고 하는데?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수술을 하면 얼마나 아픈지요”라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수술을 받고 나니 참 편안하다”라는 말을 많이 하는 것도 치질수술이다. 어떤 환자는 수술을 받고 바로 집으로 가겠다고 하는데 수술방법에 따라 통원수술이 가능할 정도로 통증이 없는 경우도 많다. 대장·항문병 전문의  통계로는 입원기간 중 진통제 주사를 한 번도 맞지 않는 경우가 30%, 1회가 40%, 2회 20%, 3회 10% 정도다. 

 

나이가 젊을수록 피가 나오는 출혈형 치핵에서 통증이 많은 경향을 보이며 탈항이나 치루에서는 통증이 적다. 그리고 나이가 많을수록, 치질부위의 숫자가 적을수록 통증이 적다.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항문 수축근이 조여들기 때문이다. 직장은 통증 신경이 없이 아프지 않지만 항문 끝에는 신경이 많아서 아픔을 많이 느낀다. 보통 수술 후 일주일 정도 지나면 통증은 사라진다. 

수술 후 재발은 얼마나 되는가?

치질환자는 괴롭다. 부부간에도 보이지 못하다가 가까스로 용기를 내 수술을 받기도 했지만 병원에서는 시원스러운 대답 대신 완치를 장담할 수 없다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치질은 유능한 항문외과 전문의가 수술하면 거의 재발이 없다. 


그러나 항문직장 농양(치루 전단계)은 고름만 제거하면 거의 재발한다. 이것은 염증이 생긴 항문샘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항문샘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아 진땀을 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염증이 심할 경우 한 번에 수술하면 괄약근을 손상할 위험이 있으므로 두 번에 나누어 수술한다. 
치열은 수술 후 변비를 치료해야 재발이 없다.

치질이 암이 되는가?

전문의들은 치질을 수술하기 전에 먼저 대장내시경 검사를 한다. 이때 암이 발견되는 경우가 환자 300명에 1명 정도 있다. 약 0.3%에서 직장암과 치질이 공존하는 셈이다. 
그러나 치질수술 중 암을 발견하는 수는 있지만 아직까지 치질이 암으로 변한다는 연구보고는 없다. 
그러나 치르는 오래 방치하면 암이 될 수 있다.


또 대장이나 직장에 생긴 용종은 2cm가 되면 암으로 변할 가능성이 많다. 대장암은 유전력이 있으므로 가족 중에 대장암이나 유방암 등에 걸린 사람이 있다면 젊은 나이라도 정기적인 암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런 사람이 치질에 잘 걸린다
 

● 유전적 요소 : 온 가족이 모두 치질이 있는 경우는 유전력이 있다는 증거. 아버지가 치질이 있으면 자녀들도 치질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다. 이는 항문의 혈관이 구조적으로 약해 나타나는 것이므로 혈관형 치핵이 많다. 젊은 나이에 치질이 있으면 유전 가능성이 높으므로 예방에 힘써야 한다.

● 변비 설사 : 굵고 딱딱한 변이 좁은 항문으로 빠져나오면서 병목현상을 일으켜 항문 속이 헐게 된다. 
또 항문을 둘러싸고 있는 괄약근도 늘어나서 항문이 헐거워지고 힘까지 주면 항문이 빠지게 된다. 설사를 하게 되면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과 소화액이 항문을 자극해서 염증을 일으키고 울혈이 오며, 잦은 배변으로 항문이 피곤해도 고장이 난다.

● 습관 : 화장실에 신문을 들고 들어가는 사람. 화장실에 오래 앉아있으면 피가 항문으로 몰려 혈관이 늘어나고, 이것이 자주 반복되면 늘어난 혈관이 터지거나 원상태로 회복되지 않아 항문 밖으로 나오게 된다. 또, 자주 변의를 참는 것도 치질의 원인이 된다.

● 식생활 : 섬유질 섭취가 적고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증가하면 치질, 직장암 발생이 증가한다. 술은 항문에 가장 해로운 독물이다. 술꾼의 항문을 보면 술에 절어 엉망이 된 모습을 볼 수 있다. 매운 음식도 항문을 자극, 치질환자가 피해야 할 식생활이다.

● 과로 : 육체적인 피로는 항문근육의 약화를 부른다. 운전을 오래 하거나 무거운 것을 드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치핵이 많다. 이것은 항문 근육을 이완시킬 정도로 오래 앉아 있거나 항문에 무리하게 힘을 가하기 때문이다.

● 기타 : 간경화나 복강 내 종양이 있는 경우, 여성에게는 임신이 치핵을 만드는 원인이 된다. 변비나 태아에 의한 항문압박이 원인이다.

한방치료

 

자습으로 고치는 치질


남들에게 들어내놓고 말 못 하는 부끄러운 질환 치질이 생기는 원인과 증상을 살펴보면 가장 현대적인 문명병임을 알 수 있다. 고칼로리의 음식, 즉 커피, 콜라, 설탕, 우유, 고기, 술과 같이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먹게 되면 이것을 연소시키기 위해 충분한 산소가 필요하고 충분한 산소는 끊임없는 활동을 통하여 이루어지게 된다. 직장여성의 대부분은 하루종일 앉아서 일을 하게 되는데, 가뜩이나 충혈된 직장 점막이 손상을 입게 되면 치핵이 형성되고 이 치핵은 밖으로 돌출되기도 하고 내측에 발생하여 출혈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통증 때문에 화장실에 가기도 겁이 나고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습관성 변비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미혼의 여성들의 경우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임신 중의 산모는 가뜩이나 자궁이 뒤편의 직장을 누르게 되고 이것이 또한 변비와 치질을 형성하는데, 임신 중 태아 때문에 함부로 약을 먹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치질 또한 수술을 할 수가 없다. 가히 진퇴양난이란 표현이 매우 적절한 경우이다. 

 

한방의 외치법 중에 좌습요법(坐濕療法)이 있다. 풀어서 설명하면 앉아서 습기를 쏘인다는 뜻인데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습기가 아니라 김을 쏘이는 치료법을 말한다. 옛날 부인들이 항문병이나 여성병이 발생했을 때 요강단지에 쑥이나 익모초를 넣고 끓는 물을 부어서 그곳에 앉아서 김을 쏘이던 치료법이다. 좌습요법에 쓰이는 약재만 해도 수십 종류가 있지만 흔히 쓰이던 약재는 쑥이다. 항문병이나 여성질환, 특히 치질이나 치루, 냉·대하증의 치료법으로서 좌습법은 대단히 뛰어난 효과가 있다.


커다란 치핵이 있고 출혈이 있는 경우도 1∼2주일 정도 좌습을 하면 거짓말처럼 재발 없이 치핵을 제거할 수 있고, 냉·대하증의 경우는 1∼2회의 치료도 가려움증이나 냉이 사라진다. 


좌습치료의 성패는 하루 1∼2시간씩 약 15일 정도를 해야 되는데 이 정도 하면 웬만한 치질과 치루 및 여성병은 쉽게 치료될 수 있다. 따뜻한 김을 쏘이는 이 좌습요법은 여름에는 불편하지만  가을이나 겨울에는 제격이다. 현재 한의원에서는 여성질환 환자를 위해 아예 자습실을 만들어 놓고 냉·대하나 치질이 있는 여성 환자나 불임 환자에게 시술하여 대단한 호평을 받고 있다. 손발이 차거나 아랫배가 시린 환자. 즉 냉증이 있는 환자에게도 좋다.


간단한 기구를 장만하여 집에서 하면 더욱 좋다. 사용되는 약품은 루핀(비타민 P)이 함유된 약재가 좋다. 쑥에는 거의 루틴 성분이 없고 효과 또한 미미하다. 루틴이 함유된 약재료는 지각, 무화과, 양파껍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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