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사는 주부 김 씨(38세·가명)는(38세·가명) 딸 이슬(6세) 때문에 아침마다 전쟁을 치른다. 무엇이든 좌우 대칭이 맞지 않으면 참지 못하는 이슬이의 성격 때문. 이슬이는 양말의 모서리가 꼭 맞지 않으면 양말을 벗었다 다시 신는 행동을 수도 없이 되풀이하는데 마음이 급한 엄마가 재촉이라도 하면 소리 내어 울기 일쑤다. 머리모양도 마찬가지다. 가르마가 조금이라도 삐뚤어졌거나 양갈래로 묶은 머리가 정확하게 대칭이 아니면 대칭이 될 때까지 몇 번이고 다시 묶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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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아이, 꼼꼼한 성격으로 오히려 칭찬받아
얼마 전까지 김씨는 이슬이의 그런 까다로운 행동에 화가 났었고, 아예 화근을 없애려는 마음에서 아이의 머리카락도 짧게 잘랐다. 그러나 어느 순간 아이도 자신의 그런 행동과 감정에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날 이후 김씨는 이슬이와 대화를 통해 아이의 불만을 풀어주려 노력하고 있다.
강박장애,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복병
깔끔하거나 완벽한 아이의 성격이 지나쳐 부모를 힘들게 하는 수가 있다. 특히, 한두 가지 사안에 대해 유별나게 까다롭게 구는 아이들이 의외로 주변에 많다. 이런 아이들은 그들이 집착하는 몇 가지 사안을 제외하고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깔끔한 아이, 꼼꼼한 성격’ 으로 칭찬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이든 자로 잰 듯 정확해야 하고 조금만 흐트러져도 참지 못하는 상태가 심해지면 강박적인 성격을 띠게 되고, 증상이 더욱 심해지면 일종의 정신질환인 강박장애를 보일 수도 있다.
강박장애란 비정상적인 행동이나 생각이 반복되고 그로 인해 일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졌을 경우에 한정된다. 강박장애 증상의 하나인 강박사고는 반복적으로 지속되는 생각이나 이미지 혹은 충동으로 대개의 경우 두려움·혐오감·의심·불안전함 등의 불쾌한 감정을 동반하게 된다. 세균이나 오물이 본인 또는 가족을 해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나 어떤 특정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불행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 등이 강박사고의 대표적인 예.
강박장애의 다른 증상인 강박행동은 강박사고에 대한 반응으로 일어나는 반복적이고 의도적인 행동을 말한다. 강박행동은 일정한 규칙에 따라서 일어나고 양태도 매우 다양하다. 더럽지도 않은데 손을 계속적으로 닦거나 일을 시작할 때 특정 숫자까지 계속해서 세는 행동, 완벽하다고 생각될 때까지 같은 동작을 되풀이하는 행동 등을 들 수 있다. 강박 행동은 불안이나 불편함을 나름대로 해소하거나 두려운 일이 일어날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에서 일어난다. 동시에 아이는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이 정상이 아님을 알기 때문에 무시하거나 억제하려고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더욱 고통스러워한다.
강박장애로 인해 본인은 고통스럽지만 정작 주변 사람들은 환자의 고통을 깨닫지 못하는 수가 많다. ‘내가 왜 이러나’, ‘이러지 말아야 하는 데’ 하는 식의 행동에 대한 저항감이 있는 데다 병적인 행동을 할 경우 남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므로 의도적으로 숨기기 때문. 여기에 완벽함, 깔끔한 성격, 청결한 태도를 지나치게 바람직한 덕목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도 강박장애가 초기에 발견되기 어렵게 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일정한 행동 반복하고 정리정돈 지나쳐
강박사고나 강박행동은 아이들이 자라면서 일시적으로 보일 수 있는 증상들이고 심하지 않을 경우 시간이 흐르면 사라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강박행동이나 강박사고가 지나쳐 학업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거나 강박장애로 인해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두려움이나 불안, 또는 자신의 반복되는 행동에 아이 스스로가 괴로워한다고 판단될 때도 지체하지 말고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성인에 비해 아동기에 발병하는 강박장애는 아직도 인식이 미비한 실정. 치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진 것도 최근의 일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의외로 많은 어린이들이 강박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박장애 아동의 30% 틱 장애 함께 보여
소아의 강박행동으로는 일정한 행동의 반복이 가장 일반적인 증상이다. 문을 들락날락한다던가, 의자에서 앉았다 일어났다, 장난감을 계속 같은 자리에 놓았다 옮겼다 하는 행동이 대표적이다. 지나치게 정리 정돈하는 습관도 흔히 나타나는 강박 행동의 하나로 물건이 정한 위치에 있지 않거나 반듯하지 않으면 같은 행동을 되풀이하고 짜증을 내거나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이 밖에도 문이나 자물쇠, 숙제를 몇 번이고 확인하는 행동, 일정한 숫자까지 반복해서 세는 행위, 같은 부위 만지기, 버리지 못하고 모으거나 쌓아두는 행동들도 모두 강박행동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동의 강박장애가 성인과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은 강박행동을 하는 데 있어서 가족이나 부모를 끌어들인다는데 있다. 또한 성인 환자들은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이 비합리적이고 지나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으나 아동은 이러한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순수하게 강박사고만 있거나 강박행동만을 가지고 있는 사례가 드물고 대부분이 두 가지 모두 가지고 있으며 어느 한 가지만 가지고 있다면 강박행동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강박사고만을 가지고 있는 경우보다 많다는 것도 아동 강박장애의 특징이다.
아동기 강박장애는 많은 공존질환을 갖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틱 장애. 강박장애 아동의 약 30%가 틱 장애를 보인다. 틱은 갑작스러우면서 빠르게 일어나는 근육의 움직임이나 소리냄을 말하는데 반복적이면서 리듬을 갖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눈 깜박거림·눈알 돌리기·얼굴 찡그리기·턱 내밀기·얼굴 두드리기·머리 흔들기·어깨 들썩이기 등은 운동 틱에 속하고 가래 뱉는 소리·킁킁거리는 소리·침 뱉는· 소리·바람 빠지는 소리·일정한 감탄사나 괴성 등은 음성 틱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강박장애 아동 많은 수가 우울장애(26%)·특수발달장애(24%)·단순공포장애(17%)·과불안장애(16%)를 겪고 있고 적응장애나 과잉운동장애 등을 복합적으로 보이는 아동도 적지 않다.
강압적인 부모도 원인으로 작용해
소아 강박장애의 원인은 아직까지 분명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대체로 환경적 요인과 생물학적인 요인을 들 수 있다.
환경적 요인은 대단히 다양한데 우선 완벽을 추구하는 부모의 양육태도를 들 수 있다. 아이가 하루라도 빨리 대소변을 가리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이를 꾸짖거나 협박하고 심할 경우 때리는 방법까지 동원해 강압적으로 배변훈련을 시키는 수가 있다. 부모의 이런 태도는 아이에게 공격적인 성향을 심어주게 되고 아이는 보통 두 가지 방법으로 부모에게 반항을 한다. 그중 하나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배설하는 행동. 이런 아이들은 지저분하고 무절제한 성격이 형성되기 쉽다. 다른 하나는 끝까지 참다가 변비가 되는 경우로 아이는 자신이 집착한 일이 나름대로 정한 원칙이나 순서에 따라 진행되지 않으면 참지 못하는 강박적인 성향을 갖게 된다.
부모가 지나치게 엄격해도 자녀가 강박적인 성격이 될 수 있다. 아이는 흙장난을 하고 싶은데 지저분하다고 절대로 허락을 하지 않는다든지, 부모의 생각과 계획대로만 아이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아이는 부모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칭찬을 받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자신의 욕구보다는 부모의 요구에 따르고 꾸지람을 듣는 것이 두려워 정작 하고 싶은 일은 참게 된다. 불만이 쌓이고 감정이 억눌린 아이는 무언가에 집착하는 행동을 하고 심할 경우 강박장애로 발전하기도 한다.
동생이 생겨 부모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고 느끼거나 할머니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도 퇴행현상과 함께 일시적으로 강박적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오랫동안 가정생활이 원만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란 아동 중에도 강박장애를 보이는 사례가 많다. “강박장애 아동 중에는 부모와의 관계, 특히 어머니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경우가 많고 양육 여건이 좋지 않아 어머니 자신이 불안정한 심리를 갖고 있었거나 현재 불안정한 상태도 많다”라고” 한다.
한편, 환경적 요인과 함께 생물학적 요인도 강박장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강박장애 아동들은 뇌에 기질적인 이상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으며 특히 신경전달물질의 일종인 세로토닌(serotonin)의 조절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소아 강박장애 환자의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 중에 강박장애를 갖고 있는 사례가 많다는 보고를 참고할 때 유전적인 영향이 큰 것으로 생각된다.
두려워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인지 행동 치료는 소아 강박장애의 치료 중 가장 잘 알려져 있으며 효과도 좋다. 이 방법은 치료자의 도움을 받아 아이가 특별히 꺼리거나 두려워하는 자극에 점차적으로 노출시키고, 불안을 줄이려는 강박행동은 막는다. 두려워하는 상황에서 강박행동을 하지 않아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고 무사하다는 것을 아이가 스스로 깨닫게 해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는 치료법이다.
심리치료의 한 형태인 놀이치료도 효과적이다. 강박장애 아동들은 대부분 감정 표현이 서투르고 긍정적인 감정보다는 부정적인 감정에 익숙하다. 놀이치료의 장점은 치료자는 놀이를 하는 아이의 행동이나 말로써 아이의 마음속에 있는 숨어있는 불안이나 불만, 상처의 원인을 알아낼 수 있고 아이는 놀이를 통해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면서 불쾌한 감정들을 해소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동시에 놀이를 통해 일상생활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강박장애가 심한 아동에게는 약물을 투여하기도 한다. 개발된 세로토닌 선택적 흡수차단제(SSRI)는 성인보다 소아 강박장애 환자들에게 더욱 우수한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고 이전에 사용했던 약물에 비해서 부작용도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동의 강박장애 치료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이 치료에 동참하는 일이다. 가족 모두가 아동의 강박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치료에 동참하려는 의지가 있을 때 치료는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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