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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식

우울증 ‘치료하면 낫는다’ 방치하면 자살로 이어져...

밤늦게 잠자리에 들었던 L씨는 새벽에 갑자기 눈을 떴다. 사방이 고요하고 주위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마치 이 세상에 혼자 버려진듯한 느낌이 들었다. 멍하니 앉아 있는 L씨의 얼굴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세상에 이루어 놓은 것 하나 없는 자신의 인생이 초라하기 짝이 없게만 느껴질 뿐이다.

우울증  방치하면 자살로 이어져

아무런 일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자신은 세상에 살아 있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L씨에게 자살은 커다란 유혹으로 다가 오고 있다. 


 우울한 세상,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자살 소식은 사람들의 마음을 답답하고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다는 얘기다. 통계에 따르면 이들 자살자의 65%는 우울증을 심하게 앓고 있거나 전에 앓았던 병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병리적인 증상의 우울증은 어떤 정도를 말하는 것일까, 더구나 자살을 몸소 실행할 정도라면 말이다.


일상 생활에서 우리가 흔히 느끼는 우울하거나 슬픈 감정은 생활상의 실망이나 상실 등과 관련된 것이고 이런 감정은 대개 그 정도가 심하지 않고 짧은 기간동안에만 지속된다.  하지만 이런 우울감의 빈도나 강도가 심해지고 개인의 일상적인 기능을 방해할 정도가 되면 심리적, 정서적 문제로 간주할 수 있다.


보통 우울증은 주우울장애, 계절성 기분장애, 기분부전장애로 나눌 수 있다. 주우울 장애를 앓는 사람들의 증상은 지속되는 우울기분과 절망감, 흥미나 쾌락의 현저한 저하, 저하되거나 증가된 식욕과 체중, 수면의 감소나 증가, 신체적 초조증 또는 활동 속도의 지체, 정력의 상실이나 피로감, 부적절한 죄책감과 책임감, 무가치감, 집중력의 저하 또는 우유부단함을 보이고, 죽음이나 자살을 생각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을 2주 이상 보이면 주우울 장애라는 진단을 내리게 된다.


계절성 기분장애는 일년 동안 햇빛의 변화가 많은 지역에서 잘 나타나며, 가을과 겨울, 이른 봄에 우울증이 나타나고, 늦은 봄과 여름에는 반대로 기분이 좋아지는 경우를 말한다.


기분부전장애는 우울한 정도로는 주우울장애보다 덜하지만, 지속되는 경향을 보여서 이런 환자들은 자신들이 우울증인지도 모르면서 만성적으로 불행하게 고생할 수 있다.

우울증이 심각해지면 정서적으로 반응하는 능력을 상실하고 좋고 나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데 둔감해 진다. 일상적인 행동에서 흥미나 즐거움을 느끼기 어렵게 되고 사소한 일을 하는 데도 힘이 들어 오랜 시간을 가만히 앉아있거나 누워서 보내게 된다.


우울증이 감정적으로 찾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비정상적인 신체적 통증과 관련되어 나타나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에 이런 환자들은 몸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할 때까지 병원을 이리저리 순례하기 마련이다. 아주 심한 경우에는 환각과 망상에 시달리는데 그 내용이 대개 불쾌한 것으로 자신의 몸이 ‘병들거나 썩고 있다’ 

 

또는 누군가 ‘나를 죽이려고 한다’고 믿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앞으로 아무 것도 나아질 게 없고, 변화시킬 수 있는 어떤 것도 없다고 생각해 모든 일에 손을 놓고 결국 자살을 택한다. 


우울증이 생기는 원인은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다른 정신질환과 마찬가지로 유전적 요인, 신경생화학적 요인, 사회심리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의에 의하면 부모가 우울증에 걸렸을 경우 그 자녀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은 일반인에 비해 2∼10배 정도로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가족 중에 우울증이 있는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를 건강 상태가 좋은 가정에 입양해 양육한 경우에도 이런 빈도는  줄어들지 않았다고 한다. 또 뇌의 생화학적 및 신경내분비적 요인 때문에 우울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대뇌에 세로토닌·노아에피네프린·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과 부신피질 호르몬, 갑상선 호르묜, 성장 호르몬, 여성 호르몬, 멜라토닌 등 호르몬의 분비가 부적절할 경우 심각한 우울 증세를 나타낸다. 

 

사회심리적 요인 중에는 환경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부담스러운 생활사건이나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라든지, 재물의 상실, 직장 상실 등을 겪었거나 환경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도 우울증에 걸린다. 이외에 갑상선 기능 저하증 등 신체적인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 또는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으로도 우울증세를 보일 수 있다.  


유전, 생물학적으로 우울증에 걸린 인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평소에는 신경증적 우울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그치지만 환경적으로 스트레스에 부닥치게 되면 급격하게 나빠지는 경향이 있다.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사람들의 성격 특징으로는 자존심이 강하고, 인간 관계에 지나치게 의존적이며 지속적인 대인관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어렸을 때 부모를 잃었거나 다른 여러 가지 외상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우울증에 빠질 확률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우울증은 모든 연령(아동기, 청소년기, 성년기 및 노년기)에서 나타날 수 있다. 

자살 전 이런 신호 보낸다 


우울증이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생길 때는 성인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어린아이들은 슬픈 표정을 짓거나 우는 것 외에도 매사에 흥미를 보이지 않으며 반항적이고 공격적이 되기도 하고 혼자 있는 것을 무서워해 지나치게 부모에게 매달리는 경우가 있다. 또 학교에 가는 것을 두려워 하기도 한다. 청소년의 경우는 파괴성, 공격성, 비행, 친구관계의 악화, 무단결석, 가출, 성적하락, 분노발작, 신체증상, 공포증, 방화 등으로 나타나는 예가 많고 모든 일에 냉소적으로 되거나 수동적인 모습을 보인다.


노인의 경우 우울증은 신체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우울하다는 것을 느끼거나 표현하지 못하고 소화가 안된다, 온 몸이 아프다는 등 주로 신체 증상을 호소한다. 특히 지적 기능이 소실되는 예가 많아 가성치매의 경우처럼 치매 증상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가족과 의사의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대체로 우울증은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3배 이상 높게 나타나고 자살시도는 여자가 남자보다 4배 더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하지만 자살에 성공할 확률은 15%에 불과하고 남자가 여자보다 높다. 


자살에 실패한 사람들은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린다. 우선 육체적으로 매우 비참한 상황에 놓인다. 높은 곳에서 투신했다 생명을 건진 경우 식물인간이 되거나 전신마비인 상태로 여생을 보내야 한다. 농약·염산·쥐약 등 약물로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은 위식도 협착·위궤양 등으로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산다. 자신의 몸을 자해한 경우 역시 장기손상에 따른 후유증이 심각하다. 여성들이 선호하는 수면제 과다복용도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의 가족이 겪는 피해도 상당히 심각하다. 가장의 자살시도로 겪어야 하는 경제적 문제는 물론이고 가족들은 심한 외상후증후군 같은 고통에 시달린다. 부모의 자살을 경험한 자녀는 대형사고를 당한 것보다 더한 충격상태에 빠지는 것은 물론 현실적응에 장애를 나타내고 우울증·악몽·의욕상실에 시달리다 결국 사회적 도태·탈선 등의 길을 걷기 쉽다.  


우울증을 앓던 사람들이 자살을 시도하는 시기는 병원에서 퇴원하거나 병세가 호전될 즈음이 대부분이라 가족과 의사들을 당황하게 만들기 마련이다. “심한 우울증에 빠졌을 때는 모든 일에 의욕을 찾지 못해 자살할 기력마저 없지만 회복기에 접어 들면 자살을 실행에 옮길 기운이 생기기 때문”에 병세가 좋아졌다고 안심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또 삶에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하고 고통스럽기만 한 사람에게 자살은 “마약보다 더 큰 유혹이라 일단 결심한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살을 시도한다”고 전문의는 말한다.

그렇다면 자살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미리 파악해 사전에 막을 수는 없는 것일까. 

대부분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의 상당수는 부분적으로 예측이 가능한 행동을 하거나 말을 흘린다. 자신도 모르게 ‘살려 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셈이다. 주위에서 ‘죽으면 고통에서 벗어나겠지’, ‘죽어버리겠다’는 말을 하면 무심코 흘려 듣지 말고 좀더 주의해서 살펴보는 것이 좋다. 

 

사람들은 흔히 ‘자살’을 생각하거나 입에 담는 사람이 있으면 가뜩이나 자살을 부추길까봐 화제를 돌리거나 뭐든지 잘될거라고 말을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그럴 때는 구체적으로 ‘자살을 생각하고 있느냐’고 직접 물어보는 편이 낫다. 상대방의 말을 주의깊게 들어주고 섣부른 충고나 모든게 잘 될거라는 식의 피상적인 위로는 피해야 한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가족 때문에 다른 가족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병원에 입원해 빠른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우울증의 치료는 약물치료, 정신치료, 집단인지치료, 정신치료극, 광선치료, 전기경련 요법 등을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적절히 병행한다. 우울증에 쓰이는 약물은 삼환계 항우울제, 단가아민 효소 억제제 및 선택적 재흡수억제제 등이 있다. 

 

우울증에 따르는 불안이나 수면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진정수면제를 사용하기도 하고 기분안정제인 리튬이나 카바마제핀, 발프로에이트 등을 쓰는 경우도 있으며 경우에 따라 같이 사용하기도 한다. 다른 약물과 마찬가지로 항우울제도 여러 부작용을 가져 올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항우울제는 부작용이 그리 심하지는 않지만 우울증 환자는 새롭게 나타나는 약물로 오는 부작용을 우울증이 약화된 것으로 생각해 낙담하게 되는 수가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와 상의를 해야 한다. 약물은 일단 우울증에서 회복이 된 후에도 6개월에서 1년 동안 계속해서 복용하고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이 기간을 약물의 유지기간이라고 하는데, 치료용량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법과 용량을 낮추어 복용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자주 재발하는 경우에는 더 오랜 기간동안 약물치료를 계속해야 한다. 약물을 사용하면서 정신치료를 같이 하는 것은 치료에 매우 높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정신치료 과정을 통해 자신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것과 우울증이 생긴 원인을 알아내면 불안이나 공포에 대한 대처방식을 터득할 수 있다. 덧붙여 자신의 질병이 나아가는 상태나 재발하는 것을 모니터 하는 방법도 배우게 된다. 광선치료는 계절성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특히 효과가 있고 전기치료는 극도의 자살 위험성을 보이는 환자에게 사용하면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우울증이 다른 질병과 달리 환자를 더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이해부족 때문이다. 간염이나 심장병에 걸린 것이 환자 자신의 탓이 아니듯 우울증도 뇌를 비롯한 신체의 이상으로 생겨나는 질병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한채 단지 환자의 정신문제라고 치부하기 때문이다. 주위의 시선 때문에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는다는 사실을 감추고 싶어하는 환자나 보호자가 많지만 이런 태도는 치료에 결코 도움을 주지 않는다. 


 “우울증은 자신에게만 찾아온 특수한 병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마음의 감기’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치료받는다면 치유될 수 있는 병”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인식해야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환자의 적극적인 의지는 물론 가족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우울한 나락에서 생의 의지를 끌어 낼 수 있다는 말이다. 

 

우울증 자가 진단표

1. 슬프다.
2. 앞날에 대해 비관적이다.
3. 스스로 실패자라는 생각이 든다.
4. 일상생활에서 만족하지 못한다.
5. 죄책감을 자주 느낀다.
6. 벌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7. 나 자신이 실망스럽다.
8. 다른 이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9.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
10. 평소보다 많이 운다.
11. 평소보다 화를 자주 낸다.
12.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다.
13.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한다.
14. 내 모습이 추하게 보인다.
15. 일할 의욕이 없다.
16. 평소처럼 잠을 자지 못한다.
17. 쉽게 피곤해진다.
18. 식욕이 떨어졌다.
19. 몸무게가 줄었다.
20. 건강에 대한 걱정이 늘었다.
21. 성에 대한 관심을 잃었다.

각 문항마다 4단계. 거의 항상 그렇다.(3점)/자주 그렇다(2점)/가끔 그렇다(1점)/아니다 또는 거의 그렇지 않다(0점)로 응답해 모두 합한 점수가 21점 이상이면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이므로 전문의와 상담을 해야 한다. 


자살의 위험성이 높은 사람
*이전에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거나 자살 사고가 빈번하고 지속적이다.
*자살이 계획적이고 방법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 
*자살이 가족들에게 주는 영향을 걱정한다.
*자살에 대한 생각을 말로 표현한다.
*심한 초조감을 동반한 우울증에서 의욕이 회복되고 있는 시점이다.
*사별, 실직 같은 삶의 위기에 닥쳐 상실감이 심하다.
*가족 중에 자살한 사람이 있다.
*유서를 작성한다.
*심한 염세주의나 절망감에 빠져 있다.

누군가가 자살을 시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당신이 그 상황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자살에 쓰일 수 있는 것(총이나 흉기, 독극물, 약물 등)을 치우고, 창문에서 멀리 떨어져 있게 한다.
*빨리 친지나 전문가에게 연락을 해 도움을 청한다.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없거나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한 경우 경찰이나 119에 연락한다.

당신이 지금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면…
*담당 정신과 의사에게 연락을 한다.
*병원 응급실로 간다.
*친척이나 친구에게 도움을 청한다.
*경찰이나 119에 연락한다.


체험1
정신과 병동을 나서는 정씨의 옆얼굴이 하도 스산하고 쓸쓸해 보여 부인 송씨는 슬그머니 정씨의 손을 찾아 쥐었다. 마주 잡아오는 남편의 손은 마르고 거칠기만 하다. 몇 달전만 해도 그토록 당차고 자신감 있던 남편은 온데간데 없고 저토록 소심하고 나약해진 모습이라니 새삼스레 눈물이 솟구치는걸 애써 참으며 남편의 손을 더 힘있게 쥐어 주었다.


1년 전만해도 정씨는 대기업의 부장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감원 바람이 한창일 때 같은 또래의 부장급 인사들 3명이 명예퇴직을 했다. 정씨는 감원 대상에 들지는 않았지만 이번 기회에 나도 뭔가를 보여주자는 생각에 스스로 퇴직을 자처하고 적당한 규모의 호프집을 경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가게에 찾아오는 손님은 그다지 많지 않았고 정씨는 차츰 불안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사업자금을 다 까먹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났고 잘 먹지를 않는 통에 급격하게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전에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심해 심전도 검사를 해보긴 했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었고 신경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적이 있었기에 정씨의 불안 증세가 심해지자 가족들은 정씨를 입원시켰다. 하지만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자의퇴원한 정씨는 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지금 2주째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정씨가 다시 당당한 모습을 되찾기만을 바라는 가족들의 염원이 간절할 뿐이다. 

체험2
남편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은 김씨는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심한 자책감에 빠져 식사를 안한지 벌써 열흘이 넘은 상태다. 남편의 사업은 요즘같은 불황에도 별 타격을 입지 않은 우량기업이고 아들 둘은 의과대학을 나온 재원이다. 주위에서는 부러운 눈으로 김씨를 쳐다보고 있지만 정작 김씨 자신은 밥상 앞에서 숟가락 쳐다보기가 부끄럽기만 하다. 


살아온 인생 모두가 후회스러울 뿐이고 자신은 별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전철을 타도, 거리를 지나다니면서도 고개를 들지 못하곤 한다. 사람들 쳐다보기가 민망할 따름이다. 모든 일에 의욕이 없고 하염없이 울기만 하던 김씨를 보고 남편과 자식들은 저러다 나아지겠거니 생각하고 되도록 김씨의 신경을 거스르지 않으려고만 했을 뿐이다. 


하지만 김씨가 아예 먹는 것조차 거부하자 부랴부랴 병원에 데려왔다. 정신과 상담을 받으며 약을 복용한지 한 달째 부터 조금씩 증상이 나아지고 있는 중이지만 김씨가 건강한 마음과 몸을 회복하려면 가족들의 도움과 충분한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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