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이면 찬 음식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덥다고 해서 무조건 몸의 열을 내리는 음식을 먹는 것은 좋지 않지만, 몸을 차게 만들어 주는 식품들이 더위를 이기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호박을 비롯한 오이·토마토·수박·참외·딸기는 여름 더위를 이길 수 있도록 하는 찬 성질의 채소 과일.
호박밭, 영양밭
이 중에서 옛 조상들이 즐긴 과학적인 피서법 중에 하나였던 이열치열식(以熱治熱食)에 가장 어울렸던 것이 바로 호박이다. 지금 시장에 한창인 애호박을 넣고 달큰하게 끓여 먹으면 더위 가시는 데는 제격이다. 또 호박을 채 썰어 묽은 밀가루 반죽에 넣고 기름에 부쳐낸 호박밀전병도 선조들이 즐겨 먹던 대표적인 복날 음식 중 하나다.
호박에는 체내에서 비타민A로 변하는 프로비타민인 카로틴과 비타민B2, 비타민C 등이 듬뿍 들어 있다. 이러한 성분들은 혈압을 내리고 당뇨를 조절해 주는 역할을 하며, 소화흡수가 잘 되도록 도와준다. 때문에 위장이 허약하고 몸이 여윈 사람이나 감기에 잘 걸리거나 인후통이 있는 사람, 불면증 환자들에게도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살찔 염려가 없기 때문에 젊은 여성들의 다이어트식으로도 안성맞춤이다.
뒤에서 호박씨를 까는 것도 머리가 좋아야 한다?
수험생을 둔 가정에선 식사 뒷바라지만큼 신경 쓰이고 힘든 일이 없다. 그래서 머리를 좋게 한다는 ‘건뇌식’이라는 말까지 생겨나게 됐다. 뇌의 구성분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단백질이다. 그러나 동물성 단백질의 과다 섭취는 오히려 판단력이나 기억력을 떨어뜨린다는 보고가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식물성 단백질과의 조화인데 그중에서도 뇌의 성분을 골고루 가지고 있는 것이 호두·잣 등의 견과류와 콩·해바라기씨·호박씨와 같은 것들이다.
옛말에 ‘호박씨 깐다’라는 말이 있다. 그 뜻하는 바가 그다지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머리가 좋아야지 뒷전에서 일을 꾸밀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호박씨는 머리를 좋게 하는 모든 성분을 가지고 있으며, 손을 움직여 깠기 때문에 두뇌계발에 더욱 큰 보탬이 된 것은 확실하다.
볶은 호박씨 100g의 성분을 보면 단백질 27g, 지방 51.8g, 당질 1백2g, 섬유 1.4g, 칼슘 44㎎, 인 1,100㎎, 철 6.5㎎, 칼륨 5백90㎎, 비타민 A·B·C 등이 함유돼 있다. 또한 호박씨는 지방이 많고 특히 뇌성분에 많은 인지질·레시틴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레시틴은 강력한 유화작용이 있어 특수한 생리작용을 나타내는데, 그 효과 중에 하나는 혈관에 들러붙은 콜레스테롤을 녹여 동맥경화를 예방한다는 것과 뇌의 노화와 치매예방에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레시틴이 뇌신경세포의 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의 재료가 되기 때문에 레시틴을 많이 섭취하면 아세틸콜린이 잘 만들어져 뇌의 정보전달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의미다. 레시틴은 뇌의 기억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건망증을 방지하며 기억력을 향상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 동안 별로 중요하게 생각지 않고 쉽게 버려졌던 호박씨에는 이처럼 머리를 좋게 해주는 레시틴과 간장의 작용을 돕는 메티오닌이 풍부하게 들어있으며, 칼륨·칼슘·인 등의 무기질과 비타민 B군이 많아 호박이 건강식품이라 단언(斷言)을 내리는데 결코 손색이 없다.
적재적소, 다양한 호박 이용법
호박은 이용하기에 따라 여러 가지 요리로 변모된 모습을 보여준다. 애호박을 동글동글 썰어 고운 소금을 살짝 뿌려 파랗게 색이 살게 하고 새우젓을 너무 짜지 않게 넣어 기름에 볶은 뒤 파, 마늘 양념을 한다. 그러면 보들보들하고 감칠맛이 있어 반찬이나 술안주로 모두 알맞다.
그리고 채를 쳐 소금에 살짝 절인 호박을 역시 파·마늘로 양념해서 볶으면 아이들이 좋아한다. 어른들 용으로는 호박잎을 어린 호박과 함께 찜통에 쪄 강된장에 쌈 싸 먹으면 일품이다. 밀가루를 개서 개떡을 찔 때도 호박잎을 깔고 찌면 독특한 향이 감돈다.
호박 부침도 여름 일미 중의 하나다. 호박을 채 썰고 깻잎과 부추도 송송 썰어 알맞게 간을 한 후 밀가루 반죽에 계란을 풀어 넣고 부치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한 끼 식사를 대신할 만큼 영양식이 된다. 어른용으로는 풋고추를 탁탁 터뜨려 넣어 섞고, 멸치 액젓에 죽염을 조금 넣어 반죽하여 간을 맞춰 전을 부치면 반찬이나 안주로 더 이상 가는 게 없다.
한편, 호박은 음식으로 해 먹는 방법 외에도 다양한 쓰임새를 자랑한다. 신경통이 있는 사람은 삶은 호박살을 종이에 발라 환부에 2∼3일 간 붙여주면 되고, 산후 부종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호박을 달여 마시게 하면 된다. 이외에 일 년에 두 번 복용해야 하는 구충제 대신 호박씨를 이용해도 좋다. 껍질을 벗기고 알맹이만 가루로 만들어 하루 3번 복용하면 촌충이나 회충을 없애는데 효과가 있다.
호박을 고를 때는 강원도산을 상품(上品)으로 치는데, 몸통이 단단하고 쪽 곧고 가는 것, 껍질의 초록빛이 강하고 윤기가 있는 것을 고르도록 한다. 볼링 핀처럼 가운데가 볼록한 것은 씨가 많아서 좋지 않다. 단, 호박에는 비타민C를 파괴하는 아스코르비나제가 들어있어 날것으로 먹으면 효과를 보지 못하므로 복용할 때는 반드시 익혀서 사용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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