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患)이라는 글자는 ‘근심할 환’자(字)이므로, 우리말의 환자(患者)라는 낱말은 ‘근심하는 사람’ 또는 ‘걱정이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환자란 몸이나 마음에 근심거리가 있는 사람을 일컫는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영어로는 환자를 페이션트(patient)라고 하는데, 원래 이 단어는 ‘참는다’ 또는 ‘인내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니까 동서양의 생각을 한데 합쳐보면 환자란 ‘근심을 참고 이겨내야 하는 사람이다’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동양의학. 서양의학 그리고 통계학
우리나라에서는 옛날에 의사를 의자(醫者), 의인(醫人), 또는 의원(醫員)이라고 불렀다. 영어로는 의사를 휘지션(physician) 또는 닥터(doctor)라고 부른다. 휘지션은 본래 휘직(physic,醫藥)에서 나온 말이니 ‘의약을 시술하는 사람’이란 뜻이고, 닥터는 박사(博士)라는 말이니 ‘폭 넓게 아는 선비’라는 뜻이다. 우리말의 의사(醫師)는 ‘병 고치는 스승’이라는 뜻이니, ‘병을 고쳐주고 병에 대해 가르쳐 주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란 ‘몸과 마음에 근심이 있는 사람에게 잘 참고 이겨낼 수 있도록 고쳐주고 가르쳐주는 관
계”라고 할 수도 있다. 환자나 환자보호자는 궁금한 것도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많은 법이다. 환자에게는 ‘알 권리’가 있고 의사에게는 ‘가르쳐 줄 책임’이 있다.
30여년동안 지방에서 개업을 하고 있던 한 원로의사가 이번에는 자신이 환자의 몸이 되어 종합병원에 입원을 하였다. 평생 처음 환자가 되어 병상에 누워 있으니 ‘괜시리 온종일 주치의사가 회진 오기를 기다리게 되고, 뭐 특별히 물어 볼 것도 없는 터인데 막연히 궁금한 것도 많더라’는 것이었다. 환자의 입장에서 보고 느끼는 의사나 병원에 대한 기분은, 여태까지 ‘아마 환자들이 느끼는 기분은 이러리라’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더라는 것이다.
‘이제 퇴원하고 나면 예전과는 다른 더 좋은 의사가 될것이라는 자신이 생겼다’고 고백하던 그 의사환자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일화성 보고와 통계학적 연구
의사는 항상 환자에게 궁금증을 속시원히 풀어 주어야 하고, 어떤 것이 그 환자에게 좋은 것인지를 가르쳐주어야 한다. 특히 환자들이 가장 흔하게 하는 질문에 늘 답변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아주 흔한 질문 가운데는 ‘ 이 병은 우리 나이에 흔히 생기는 것입니까?’, ‘이 병은 나을 수 있습니까?’, ‘이 병이 나을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까?’, ‘이 약을 먹을 때 혹시 부작용은 없습니까?’, ‘이 수술을 받고 나면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얼마나 생깁니까?’, ‘제가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을까요?’ 등이다.
이러한 질문에 신빙성 있는 답변과 설명을 해주기 위해서는 이에 관련된 통계수치를 잘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이런 병 걸린 사람 100명을 1년간 치료하면 완전회복이 30명 정도, 70% 회복이 20명 정도, 50% 회복이 40명 정도, 전혀 회복이 안되는 사람이 10명 정도 된다’는 등의 답변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환자에게 13.5%라던가 29.1%라는 식의 자세한 수치를 말해 줄 필요까지야 없겠지만 의사들은 이러한 수치를 알고 있어야 환자들에게 ‘대분분 그렇다’, ‘꽤 많다’, ‘아주 드물다’ 하는 신빙성 있는 답변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질병에 있어서 신뢰할 만한 통계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한 통계 수치를 필요로 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믿을 만한 통계수치 없이는 변화, 진전, 개선의 정도를 비교하고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가령 심각한 질병에 대한 심각한 치료의 선택을 해야하는 입장에 서게 되면 선택을 해야 하는 사람이나 선택을 해주는 사람이나 다 심각한 처지에 빠지게 된다. 이런 경우 선택의 지침이 될 수 있는 것이 통계적 수치이다. 치료 하지 않으면 환자의 80% 정도가 5년 이내에 사망하게 되는 난치의 암이 있다고 가정할 때, 수술을 하게 되면 100명중 25명은 완치되고 70명은 호전되며 5명은 금방 사망하게 된다는 통계수치가 제시된다면 환자나 의사가 치료법을 선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만일 이런 수치가 알려져 있지 않다면 깜깜한 방에서 허우적거리는 모험을 하는 격이 된다.
그러나 통계수치는 어디까지나 ‘그저 참고로 사용하는 상대적 정보’이지 ‘무조건 의존해야 하는 절대적 잣대’는 아니라는 점도 아울러 기억해야 한다. 95%의 치료효과라는 수치는 치료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우수한 성적’이지만, 5%라고 하는 사망의 확률은 환자에게는 ‘100% 죽게 되느냐 아니냐’ 하는 사생결단의 선택문제로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통계수치는 다수의 성격을 객관적으로 규정 지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 자칫 개인의 가치가 전체 속에 묻혀버릴 염려도 아울러 지니고 있다. 서양의학과 현대의학에서는 통계학적 연구가 매우 광범위하게 진행되어 있고 상호 불가분의 관계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통계라는 그늘 아래, 개인의 숫자로는 전체 속에 포함될지라도 임상적으로 개인의 가치마저 매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동양의학과 전통의학에서는 통계학적 연구가 미미하다. 주관적 관찰인 일화성 보고(逸話性 報告, anecdotal report)만이 많이 있을 뿐이다. 신빙성 있는 통계학적 연구의 뒷받침이 없이는 우리 한의학을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 없다는 게 하나의 문제로 계속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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