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름답다거나 아름답지 못하다고 느끼는 것은 특정 순간에 우리가 경험하는 전체적인 패턴이다. 이 패턴은 시각을 비롯해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인상과 기억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우리가 얼굴 뒤에 존재한다고 믿는 그 사람의 인격, 가치, 수준에 대한 전체적인 해석과 추론의 집합에서 나온다. 한 미디로 말해서, 우리가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단지 시각적인 것이 아니라 복잡한 정신적 과정의 총합에 달려 있다.”
아름다움(美)의 생물학 매력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아름다움(美)에 대한 보편적인 기준이 있을까? 오늘날 우리는 날씬하고 얼굴도 서구적으로 생긴 여성을 미인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30년만 거슬러 올라가도 부잣집 맏며느리 감이라고 부르던, 토실토실하게 살찌고 아담하며 얼굴도 달덩이 같은 여성을 미인이라고 불렀다.
‘그 남자와 그 여자는 어디서나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상식을 깨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인종이나 지위, 나이 등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느끼는 매력에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문화적인 기준이 아니라 본능적인, 생물학적인 기준이다. 물론 모든 시대와 문화에 걸쳐서 매력 포인트가 똑같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 과학자들은 영국, 중국, 인도의 여성들에게 그리스 남성의 사진을 주고 평을 부탁했다. 결과는 서로 짠 듯이 똑같이 나왔다. 또 미국 과학자들은 좀 더 범위를 넓혀 백인, 아시아인, 중남미인을 포함해 13개국 사람들에게 다양한 얼굴 사진을 보여주고 매력적인 얼굴을 고르게 하는 실험을 했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얼굴은 같은 사람이었다. 또한 매력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인종적 요인은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건강한 배우자가 좋다
인종과 문화에 관계없이, 어린애까지 매력을 평가하는 본능적인 기준은 무엇인가? 우리는 병든 사람보다는 건강한 사람을 본능적으로 더 매력 있게 생각한다. 운동으로 단련된 근육질의 남자의 몸매와 날씬하고 탄력 있는 여성의 몸매에서 성적 매력을 느낀다. 매력의 생물학적 기준으로 먼저, 건강미(健康美)를 들 수 있다.
동물들도 윤기 있는 털 혹은 깃털을 가진 배우자를 선호한다. 이런 특징은 병이 없음, 나아가서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말해주는 것이고 그만큼 생물학적으로 좋은 유전자를 가졌다는 증거이다. 좋은 유전자란 나중에 태어날 새끼를 위해 중요하다.
균형과 대칭의 매력
반면, 밑들이류 곤충은 크기나 색상이 아니라 균형미를 매력의 기준으로 판단한다. 암컷은 날개가 좌우대칭인 수컷을 선호한다. 사람은 어떻까? 사람의 경우도 다를 바 없다. 사실, 과학자들은 동물의 성장 안정도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대칭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매력의 기준으로 생각한다.
그는 밑들이류 곤충을 연구하면서 좌우 대칭인 날개를 지닌 놈일수록 사냥을 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더욱 놀라운 일은 직접 눈으로 볼 수 없는 경우에도 암컷은 대칭성이 뛰어난 날개를 가진 수컷을 선호한다는 것이었다. 동일한 기준이 인간에게도 적용되는 지를 알고 싶었다.
그래서 심리학자는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대칭성이 개체의 생물학적 자질, 즉 우수한 유전자, 강력한 면역체계, 양호한 영양상태, 왕성한 생식능력 등을 개체가 지니고 있음을 알려주는 단서이기 때문에 균형 잡힌 몸매와 얼굴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지 단순히 미학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또 남녀 모두 신체가 균형적일수록 성행위의 상대수도 많았다.
계속된 실험을 통해, 다른 동물들처럼 여성들은 균형 잡힌 몸매를 지닌 남성에게 성적 매력을 느낀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진은 86쌍의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는데, 균형 잡힌 몸매를 지닌 남성을 배우자로 둔 여성들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성행위 때 절정감에 도달할 가능성이 배로 나타났다. 성행위에서의 절정감은 임신 가능성을 높여준다.
대칭성과 균형은 좋은 유전자의 표현
짝짓기 계절이 돌아오면, 제비 암컷은 수컷의 꼬리 크기와 모양을 보고 짝짓기 상대를 선택한다. 수컷은 꼬리가 길수록, 그리고 좌우대칭일 경우 암컷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었다. 반면 꼬리가 짧은 수컷 제비는 짝짓기 기회를 갖기 힘들었다.
제비 꼬리를 연구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수제비의 꼬리가 길수록 대칭적이었다. 제비의 날개처럼 평균에서 벗어나면 비대칭성이 커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이런 현상을, 길고 대칭적인 꼬리를 가진 수제비가 짝짓기에서 더 성공적이었다는 사실과 함께 좋은 유전자(good-gene) 이론을 지지하는 증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화려한 장식은 동물이 생존에 오히려 해가 된다는 자기 모순을 좋은 유전자 이론은 해소해야 했다. 예컨대, 숫공작의 꼬리가 수컷에게 장애가 되면 될수록 그것은 수컷이 극복할 능력이 크다는 것을 확증시켜 주는 것이라고 그 이론은 설명한다. 커다란 장애를 극복하고도 살아남을 만큼 유전적 자질이 우수하다는 것이다.
결국 동물들은 좋은 유전자를 가진 배우자를 선택하도록 진화했다고 과학자들은 생각한다. 그래서 좋은 유전자를 표시해 주는 시각적 특징들을 갖고 있는 상대방을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동물에게도 유행이 있다
그러나 계속된 연구는 다른 사례를 보여준다. 제비 이외에 꿩, 천인조 등 다섯 종의 성적 장식을 연구한 결과 제비에서와는 다른 경우가 있음을 발견하였다. 제비처럼 장식이 하나인 종은 좋은 유전자이론이 옳았다. 장식이 클수록 대칭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이것에 대한 답은 수공작의 긴 꼬리는 유행이 빚어낸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암컷들은 킨 꼬리를 짝짓기 상대의 선택기준으로 삼는 것이 한 때 유행이었다. 대부분의 암컷은 다른 암컷들처럼 긴 꼬리를 가진 수컷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런 유행이 못마땅한 일부 암컷들은 짧은 꼬리의 수컷을 선택했다.
그 결과 새끼도 짧은 꼬리의 수컷이 태어난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암공작이 긴 꼬리의 수컷을 선택했으므로 꼬리가 짧은 아들은 짝을 구할 수 없었다. 따라서 새끼가 짝짓기 하지 못하게 하고 싶지 않은 한, 암공작들은 긴 꼬리의 수컷을 선호하는 유행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다른 한편, 수컷들도 꼬리가 길수록 짝짓기에 유리했기 때문에 긴 꼬리를 가지려고 노력했다. 결과적으로 멋진 아들을 낳으려는 암공작의 욕망과 매력적인 꼬리를 가지려는 수공작의 노력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숫공작의 긴 꼬리가 자연선택된 것이다.
미의 수학적 비밀을 찾아서
오래 전부터 인간은 대칭과 균형에서 아름다움의 본질을 찾아왔다. 미의 수학적 비밀을 찾으려고 했다고나 할까. 고대 희랍인들은 미를 조화, 균형, 특히 비율의 문제로 보았다. 그래서 인간이 아름다움을 가장 크게 느끼는 비율로 황금분할을 생각했다.
황금분할이란 작은 부분 대 큰 부분의 비율이 큰 부분 대 전체의 비율과 같도록 대상을 나누는 방법이다. 우리는 아폴로 상에서 황금분할의 전형을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마에서 눈까지의 길이에 대한 눈에서 턱까지의 길이의 비는 눈에서 턱의 길이와 전체 길이의 비와 같다.
미감(美感)은 복잡한 정신적 과정의 총합
그러나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의 말처럼 대칭은 따분한 느낌을 줄 있다. 그는 “비율에 약간의 이상함이 없는 것은 뛰어난 미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사람들은 분명 평균적인 용모에서 매력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은 가장 큰 매력은 아니다. 사람들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은 평균적인 얼굴이 아니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가장 매력 있다고 생각하는 얼굴을 합성해 냈다. 그 결과는 평균에서 벗어나 있는 얼굴이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 매력에 대한 생물학적인 근거를 살펴본 것이다. 이런 연구는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고 도 좀 더 다양한 시각에서 볼 수 있는 눈을 열어줄 것이다. 아름다움의 기준에 대한 생물학적 연구는 외모에 신경을 쓰는 것은 본능이며, 성에 관한 고정관념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님을 이야기해 준다.
물론 이런 설명은 일면적이다. 사람은 생물학적 진화뿐 문화적 진화를 거쳤다. 오히려 문화적 진화의 측면이 더 클지 모른다. 생물학적 요인 미에 대한 우리의 관념에 영향을 미친 한 요인에 불과할 수도 있다. 사람의 미적 관념은 매우 복잡하다. 사람의 얼굴과 문화에 대해 수년 동안 연구한 결과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우리가 얼굴 뒤에 존재한다고 믿는 그 사람의 인격, 가치, 수준에 대한 전체적인 해석과 추론의 집합에서 나온다. 한 미디로 말해서, 우리가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단지 시각적인 것이 아니라 복잡한 정신적 과정의 총합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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