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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건강

풍수와 건강

풍수를 안다는 혹자는 000을 옮겨야 한다고 말하고, 혹자는 공원묘지 터가 화근이라며 혀를 찬다. 오행에서 죽음을 상징하는 검은색 루주의 유행이 나라를 망쳤다는 얘기도 있다. 그런가 하면 젊은이들이 노랗고 붉은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기 시작하면서 국운이 쇠했다는 소리도 나돈다. 나무를 떠나기 직전의 나뭇잎 색깔이 그렇듯 노란색과 붉은색은 추락의 징후라는 것. 

“방위(方位)만  잘 써도 병의 예방과 치유가 가능하다”

풍수학과 관련된 이런 주장들이 얼마만 한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란 모호한 노릇이다. 다만 인간이 자연의 산물이고, 자연에서 발생하는 기(氣)를 받으며 살아간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터.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는 한 사나운 기가 건강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풍수이론만큼은 꽤나 설득력을 지닌 듯 보인다. 풍수가 건강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생활과 밀접한 양택론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풍수(風水)와 관련되어 흔히 들을 수 있는 정보를 풀어놓자면 이렇다. 묘소의 동북방(東北方)에 험한 산이 있다면, 그 자손들은 비행기나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이 높다’, ‘묘지 부근에 도화수(桃花水)가 흐르면 인기 연예인으로 풀리든가 플레이보이가 된다’, ‘줄줄이 딸만 낳는 여인은 시댁의 묘소부터 살펴라’.

이런 말을 들으면 한숨부터 터진다. 도무지 손 써볼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이장이 아니고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전전긍긍해야 하고, 아들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남편이 바람을 피워도, 자식이 공부에 뜻이 없어도 모든 게 다 묘 잘못 쓴 탓이다. 그래서 대다수 사람들은 풍수라면 내놓고 머리부터 흔든다. 일일이 조상의 봉분을 파헤치고 다닐 수도 없는 터에, 다리 뻗고 자려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치부할 밖에.   

풍수란 음양의 조화를 찾는 것      

전문가는 풍수를 ‘음양의 조화가 자연에서 가장 아름답게 이뤄진 형상을 찾는 학문’이라고 못 박는다. 풍수와 관련된 숱한 책과 이론들도 결국은 음양의 조화를 가르치는 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풍수학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조상의 묘자리를 정해주는 음택풍수(陰宅風水)와 주거할 공간을 찾는 양택풍수(陽宅風水)가 그것이다. 죽은 자의 집을 잡는 것이 음택론이라면, 양택론은 산 사람의 집을 잡는 일이 된다.

지금까지 풍수학의 주된 관심은 음택론에 바쳐져왔다. 풍수가 조상의 묏자리 정하는 일과 동의어로 간주 돼온 사연도 여기 있다. 지나치게 음택의 논리에만 치우친다면, 직장을 잃었든 자식을 못 낳든 한결같이 조상 묘부터 옮기고 볼 일이다. 실제로 열일 제쳐두고 명당자리 찾아 나섰다는 사람들 얘기가 들려오기도 한다. 당장 먹고살 일조차 버거운 서민들로서는 지레 외면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런 측면에서 응용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화를 면하고 복을 불러올 수 있다는 양택풍수의 논리가 사뭇 반갑다. 특히 건강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땅 밑 귀신의 집에서부터 땅 위 사람의 집으로 관심올 돌리게 만드는 양택론의 지침들은 의외로 다양하다.

 
우선은 기왕의 묘터나 집터를 그대로 둔 채 방위 에너지만 활용해도 생기(生氣)를 불러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간편하고 경제적이다. 좋은 기를 받기 위한 기술과 지혜가 풍수이고 보면, 방위학의 원리 역시 주거공간의 기를 건강에 이로운 것으로 바꾸기 위한 지혜라고 풀이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도 양택풍수와 방위학의 접목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문제다. 방위만 잘 써도 질병을 예방하거나 고칠 수 있다는데, 그 대강의 맥을 짚어보자. 

기(氣)가 통하는 건강한 공간 만들기  

양택론에서는 주거공간과 건강을 상호불가분의 관계로 정의한다. 하루 3분의 1을 기거하는 공간이 건강하지 않고서는 휴식과 재창조의 기능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풍수학에 능통하지 않은 일반인들로서는 태양에너지와 땅, 물, 여타 주변환경과의 관계를 일일이 가늠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 해도 반드시 따져야 할 원칙 몇 가지는 있다. 

   
양택의 경우 무엇보다 지상의 기를 운반하는 바람과 물의 방향이 중요하다. 풍수란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준말로, ‘바람을 가두고 물을 얻는다’는 뜻. 생기의 취득이야말로 풍수지리의 핵심이며, 이때 바람과 물은 기를 생산하는 기본 조건이 된다. 풍수의 요체인 장풍득수와 음양의 조화, 이 두 가지를 항상 염두에 두고 집을 보아야 한다.

 
아파트-  아파트를 포함, 높은 빌딩에서 기가 모이는 곳은 건물의 대각선 중앙점이다. 18층 아파트의 경우 8-10층, 15층이라면 대략 7, 8층 쯤 된다. 이들 층수에 위치한 가구 중에서도 가운데 호수를 골라 입주할 수 있다면 바랄 나위가 없다. 
집의 크기  양택론에서 불필요한 공간은 귀신의 거처를 마련해주는 일로 치부한다. 

사람은 양에 해당하는데, 빈 방이 있을 경우 유리할 게 없다. 사용하지 않는 방에는 차츰 음기가 쌓이게 되므로 음이 양을 누르고 집안을 점령하기 쉽다. 양택 풍수는 오히려 좁은 공간에 여러 식구가 모 여살 것을 가르친다. 비록 불편함이 따르긴 해도 양기로 넘치는 집은 건강을 이롭게 한다는 것.

 

 가족 구성원의 나이를 모두 합해서 적당한 평수를 알아보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45, 41, 13, 11세의 식구가 모여 산다고 하자. 합산하면 110, 이를 110평방미터로 계산하면 30평이 조금 넘는다. 30평 규모의 아파트나 주택이  이들 가족에게 가장 적당한 넓이라 하겠다.     


천정 천정의 높이는 거주자의 성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보통 무조건 높은 천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양택론에서는 허세가 늘어 경솔해진다는 이유로 권하지 않는다. 또 너무 낮은 천정은 기에 눌려 성격의 위축을 가져오기 십상. 팔과 손을 쭉 편  상태에서 30센티가량 떨어진 높이가 알맞다.  

대문- 대문과 안방, 부엌은 양택 삼요소라하여 극히 중요하게 여긴다. 특히 대문은 기가 드나드는 곳으로, 집의 첫인상을 좌우하기 마련이다. 현대 건축에서는 조형미와 편리함만을 고려하기 쉽지만, 양택론은 대문이 두드러지게 크거나 흉방위일 때 가세가 기운다고 본다. 

 

또한 뒤틀린 형태의 문양은 상서롭지 못한 기를 부르며 날카로운 쇠붙이로 만든 방사형 문양도 흉하기는 매한가지다. 그렇다고 대문을 바꿔달 필요까지는 없다. 자신에게 유리한 색의 페인트칠 만으로도 충분히 액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늘 큰대문을큰 대문을 걸어두고 쪽문으로 드나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가장의 기를 위축시키므로 가능한 큰 대문을 활짝 열고 출입할 것을 권하고 싶다.   

 

창문- 서쪽이나 북쪽에 위치한 창은 벽면적의 3분의 1을, 동쪽이나 남쪽 창은 3분의 2 정도 크기가 적당하다.  

정원- 사람이 양인데 반해 나무는 음의 기운을 갖는다. 안팎에 나무가 많다는 것은 결국 음기에 집안을 맡기는 꼴이 된다. 특히 대문 주변이 나무나 숲으로 막혀서는 곤란하다. 음기가 차는 것은 물론 생기의 출입을 막고 일조권을 해치는 까닭이다. 

 

한편 아파트 단지를 지나다 보면 커다란 화분으로 꽉 채운 베란다가 쉬 눈에 띄는데, 건강을 위해서는 좋지 못하다. 비좁은 공간 안에 화분이 많으면 수기가 집안을 장악하므로 음습해지기 마련이다.

       
기타 외벽에 금이 간 집, 외형의 치우침이 많은 집, 창문이 많거나 큰 집 혹은 너무 작은 집은 좋을 게 없다. 또 대문이나 울타리가 지붕보다 높은 집, 지붕의 키를 넘긴 나무가 담 안에 뿌리내린 집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피해야 한다. 나무가 그 집의 기를 이미 다 집어삼켰기 때문이다. 

침실- 침실은 수면과 휴식을 통해 자연 에너지를 흡수하는 공간이다. 하나의 소우주로 명명될 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지만, 주어진 공간 안에서 선택의 여지란 별로 없다는 게 흠. 아쉬운 대로 우선순위를 정해 침실을 택하는 게 최선책이다. 

 

너무 밝은 곳, 현관이 일직선으로 보이는 방은 침실로서의 자격이 없다. 취침 시에는 정중앙에 눕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문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머리를 두고 자도록 한다. 

 

부엌- 이곳은 물과 불이 공존하는 장소다. 환기는 필수조건이며, 건물의 중앙은 절대로 벗어나야 한다. 예부터 볕이 푸짐하고 진취적 기운으로 그득한 동쪽, 동남쪽을 부엌으로 사용해 왔다. 오행상 목(木)에 해당하는 동쪽은 불과 상생관계인 목생화(木生火)를 이룬다. 따라서 불로 조리하는 음식에 생기를 불어넣고, 자손의 음악적 재능을 북돋워준다고. 

 

창문에는 핑크나 그린 계통의 커튼을 달고, 동쪽에 화분을 놓아둠으로써 액을 막을 수 있다. 붉은색과 녹색은 서쪽의 강한 기운을 억제해 주므로 이 계열의 색상을 이용, 내부를 장식하는 방법도 괜찮다. 

욕실- 화장실- 화장실이 주택의 정중선에 자리잡고 있다면 몹시 불리하다. 집안에 우환이 가실 새 없고 미처 막을 겨를도 없이 재물이 새어나간다. 화장실을 포함한 욕실은 물이 모이고 빠지는 곳이므로 습한 것이 당연하다. 그러므로 수화상극의 자리인 남방에 욕실이 놓이면 안질이나 심장병, 우울증을 일으킨다. 

 

여성에게는 갑상선과 심계항진을 유발할 수도 있다. 부부의 경우 과도할 만큼 성에 집착하게 함으로써 정신의 안정보다는 황폐를 가져오기도 한다. 변기를 북쪽으로 옮기고, 욕조나 세면대를 청색, 회색톤으로 바꾸면 남의 기운을 누그러뜨리는데 도움이 된다. 

질병을 고치는 인테리어 처방   

비만- 북동쪽이나 남서쪽 침실은 비만을 재촉한다. 흙의 성질을 띠는 방위이고, 토(土)는 오행상 비장(脾臟)에 해당되는 연유에서다. 비장이 손상되면 과다한 에너지를 보관하게 되므로 비만을 촉진할 수 있다. 흰색이나 베이지색 벽지에 가구마저 같은 색일 경우 체중은 속수무책으로 불어날 것이다. 방 전체를 녹색, 검은색으로 꾸미고 조명은 백열등으로 갈아 끼워보자. 최소한 체중이 더 늘어나는 불행만은 면할 수 있다.

 
고혈압- 무엇보다 환자의 침실을 남서쪽이나 북서쪽으로 이동하는 게 합리적인 수순이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면 흰색, 베이지색으로 분위기를 바꾼 후 수면 시 머리방향을 서쪽이나 북서쪽으로 향하도록 한다. 이 방향에 청아한 느낌의 액자를 걸어두는 것도 이롭다. 유전적 요인이 강하므로 성장기부터 되도록 남쪽을 피하는 것이 고혈압 예방의 지름길이다. 


치매, 중풍 돌연한 우환이나 질병은 서북쪽의 강한 기운과 관련이 깊다. 남쪽 침실을 사용하는 사람이 이 병에 걸렸다면 화의 기운 탓이므로 수의 에너지로 억제하는 방법이 있다. 북침과 짙은 회색, 군청색 등 어두운 색조의 장식이 필요하다. 

출입문 근처에 조용한 시골 풍경이 담긴 그림을 걸거나 늘 서쪽 벽에 작은 전등을 켜두도록 한다. 반면 서북쪽 침실에서 생활하다 이 질병에 노출됐다면 동쪽, 동남쪽으로 이동해야 마땅하다. 서쪽 창문에 연녹색 커튼을, 남쪽 벽에 시원한 바다그림을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당뇨병- 주거공간 중앙에 자리한 계단은 십중팔구 당뇨를 야기시킨다. 철거가 가장 좋지만, 불가능하다면 작고 긴 잎의 화분을 여러 개 놓아둠으로써 이 방위의 흉한 기운을 줄일 수 있다. 더불어 하늘색, 회색, 녹색 등 여러 가지 색으로 배합된 큼지막한 조명을 벽이나 천장에 설치한다. 북침이나 동침이 되도록 유의하고, 거실이나 식당은 북향을 택하는 게 현명하다. 

 

위장병- 중심점의 결함은 당뇨 외에도 위장의 손상을 부른다. 과다한 집기나 큰 그림, 거부감을 일으키는 장식품 역시 위장에 해롭다. 서침과 북침을 택해야 하며 거실 소파도 서쪽으로 향하는 것이 길하다. 노란색과 베이지색으로 인테리어에 변화를 주면 상승작용을 한다. 

불임- 북쪽의 찬 바람은 자궁을 냉하게 하고, 유산에 이르기도 한다. 북은 인체의 신장에 해당하는데, 신장 또한 생식기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따라서 이 방위의 침실에서 장기간 거하면 몸이 붓고 냉해지기 마련이다. 

 

건강한 여성이 만약 불임으로 고민 중이라면 당장 남방 화의 기운으로 몸을 덥혀야 한다. 해바라기, 개나리 꽃 그림을 걸고, 자주 사용하는 모든 용품들을 정열적인 색조로 바꿔보자. 침실 남서쪽에 밝고 화사한 스탠드를 스물네 시간 켜두는 방법도 유용하다.

전문가 조언 ‘집은 우리 몸과 똑같은 유기체’

“옷을 사 입는 일에 비유할 때 풍수는 맞춤복보다는 기성복에 가깝습니다. 물론 몇가지 지켜야 할 원칙이 있긴 하지만, 그런 다음은 각자의 개성을 자연스레 따르면 되는 거죠. 귀신 모시기에 급급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주어진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풍수가 존재하는 이 유니 까요. “


 한마디로 음택론만이 풍수의 전부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자기 삶의 공간을 어머니 뱃속처럼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건강한 생활풍수라고 설명을 보탠다. 그것은 지모사상(地母思想), 즉 땅을 어머니로 생각하는 풍수학의 기본원리와도 무관하지 않다.

   
전문가에 의하면 제아무리 내로라하는 풍수학자가 추천한 집일지라도 첫느낌이 나쁘다면 소용 닿지 않는 공간이라고 한다. 첫 바대기에서 어쩐지 찜찜한 느낌이 들거나 기분이 움츠러들었다면 다른 집을 알아보는 게 낫다는 것. 뭐니 뭐니 해도 거주할 당사자를 매혹시킬 만큼 유쾌한 느낌을 주는 집을 최상의 궁합으로 꼽는다. 

 

나아가 양택 풍수와 건강에 있어서의 필수는 환기. 외부와 잘 통해야 좋은 기를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물건을 너무 꽉 채우면 기가 움직일 틈이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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