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대한 대중의 높은 관심만큼 수많은 건강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그중에는 대중의 관심도를 이용한 상업적인 사이비 건강정보가 아주 많다. 또, 채 검증되지 않은 건강법들이 아무런 대책 없이 대중을 현혹하기도 한다. 현대의학이 아직 해결하지 못한 부분을 비집고 들어와 대중을 현혹하는 무수한 건강법, 치료법들… 이들을 구분해 내는 방법들을 살펴본다.
진짜 건강정보와 사이비 건강정보 구별 방법
어느 사람이 ‘무슨 무슨 약이나 식품·약초 등을 몇 달 먹고 나서 암이 싹 없어졌다’든가 ‘고질적인 병이 없어졌다’라고 한다면 정말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걸까? 남이 그렇게 좋다고 하니 내게도 그런 효과가 나타날까? ‘~를 먹어라’, ‘~를 하라!’ 그러면 ‘건강이 찾아오고 병이 나으며 노화가 예방된다!’ 하는 식으로 쓰인 수많은 건강 장수 관련 책 내용을 그대로 따라 하면 정말 그대로 될까?
건강은 기본적으로 과학이요 상식이며 안전성이 중요한데도,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야 잘 팔리는 건강서적이 되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기 일쑤다. 현대의학의 한계를 부정적인 측면 인양 단정 짓고 강조하면서 몇몇 치료사례를 들어 자기주장을 펴는 건강강좌, 건강서적들이 주는 폐해를 이대로 방치하여야만 하는가?
사이비 건강정보 상업성 띠고 범람
의사들이 민속요법·전통의학·대체의학 등을 믿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그건 오해다.
문제는 현대의학 울타리 밖의 많은 건강법들이 아직은 객관적인 연구결과가 없다는 말이다. 현대의학이 아직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비집고 들어와 서로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쟁탈전을 벌이는 수많은 건강법, 질병 치료법들…. 이들이 해야 할 것은 대중을 혹하게 하는 자기주장이 아니라 객관적인 연구 결과의 제시이다.
독자들에게 한가지 말해두고 싶은 게 있다. 시중의 많은 건강 정보들이 독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공통적인 방법론이 현대의학의 한계를 매우 강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현대의학의 한계가 계속 해결되지 못하고 영원한 한계로 남아 있을까? 그렇지 않다. 독자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수한 건강법에 빠져 경제적, 의학적 손해를 보는 이 순간에도 현대의학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머지않아 지금의 한계를 극복해갈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매스컴보도나 각종 책에 쓰여있는 방법이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으며 그대로 따라서 해볼 가치가 있는 내용인지를 가려내는 법을 얘기하겠다. 만일 지금부터 설명하는 조건이 구비되어 있지 않으면 바로 실천에 옮기지 말고 신중을 기하도록 하기 바란다.
믿을 만한 건강정보를 구별하는 방법
첫째, 근거가 되는 연구 논문과 통계치가 제시되어 있어야 한다. 건강이나 질병, 노화 등에 관련된 원인이나 예방법, 치료법이 인정을 받으려면 반드시 일정한 틀에 따라 실행된 연구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항산화제가 노화나 질병과 관련이 있다고 하려면, 노화가 많이 된 사람이나 병이 심한 사람 그룹과 그렇지 않은 사람 그룹 간에 항산화치가 확연히 차이가 있음을 통계수치로 증명해야 한다.
또 항산화제가 노화 속도를 늦추고 면역력을 높인다고 말하려면, 항산화제를 복용한 그룹에서는 그런 효과를 보이던 것이 복용 안 한 그룹에서는 효과가 없었음을 역시 통계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이런 비교 그룹이 없이 단일 집단에서 효과가 있었다고 하는 내용은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보자. A라는 씨앗을 먹으면 위암이 좋아진다라는 결과가 인정되려면 기존에 이미 위암 치료로 검증이 된 방법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인지가 통계로 제시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비교 없이 그냥 00여 명의 위암 환자에게 A를 투여한 임상 실험 결과 암이 좋아지더라는 내용이 신문에 나면 사람들은 기존의 검증된 치료법을 때려치우고 그 씨앗을 구해 먹으려고 난리가 나니 얼마나 답답한 일인가?
둘째, 임상 실험 대상수가 많아야 하며 주장하는 효과가 단기간 조사된 것보다는 장기간 조사된 것이 더 믿을만하다. 연구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실험 대상자수와 비교 대상자수가 각각 적어도 수십 명 이상은 되어야 한다. 물론 연구 기간도 수년 이상이 되어야 한다. 노화나 만성병, 암에 관한 임상 연구 중에는 수백에서 수십만 명을 대상으로 십수 년씩 걸려서 이루어진 연구가 매우 많다.
이렇게 힘들여 나온 결과도 수도 없는 갑론을박의 검증을 거쳐야 인정이 되는데, 기껏 1~20명을 대상으로 몇 달간 투여한 결과가 문제점이나 제한점에 대한 부연설명 없이 유력신문의 건강난에 ‘획기적인 무엇 무엇’ 식의 주요 머리기사로 보도돼서야 되겠는가?
또 개인 경험이나 질병을 고친 사례 몇 가지를 곁들인 비결, 장수법 혹은 암을 고치는 방법 같은 이름의 건강서적들이 베스트셀러로 팔려서 건강상식화되고 있으니 이건 누구 잘못인가? 책쓰는 저자들이야 나름대로 문제점과 제한점도 같이 부연해서 쓰지만 어디 독자가 그런 게 눈에 들어오는가? 그저 ‘어디에는 뭐가 좋다. 그렇게 하면 낫는다’라는 문구만 눈에 들어오는 게 독자들 아닌가?
셋째, 부작용이나 안전성에 대한 부연설명이 같이 곁들여 있으면 믿을 만한 내용이다. 사실 의학적 치료제의 초점은 효과보다는 부작용이나 안전성이 있느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효과가 좋은 방법이라도 부작용이 있거나 안전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 시중에 널리 퍼져 있는 각종 건강비법들은 이런 부작용이나 안전성을 도외시한 채 효과적인 측면만을 부각해서 상품화한 것이 공통점이다.
넷째, 효과가 없다는 다른 주장도 같이 실려 있다면, 이 저자는 양심적으로 편협되지 않으려고 신중을 기한 것이므로 믿을 만하다. 혹시 신문건강난에 ‘A가 B라는 병에 효과가 없다’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가? 아마 기억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매스컴의 속성상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효과가 없다는 것은 효과가 있다는 것에 비해 뉴스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거의 모든 방법들은 찬반양론 반반, 혹은 찬성이나 반대 우세 등의 정도차이지 대부분이 효과가 없더라라는 연구들도 반드시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러다가 결국 ‘효과가 있다’든가 ‘효과가 없다’ 쪽으로 잠정 결론이 나는 것이다. 특히 연구기간이 짧았던 경우에는 몇 달이나 1~2년 동안은 신문에서 즐겨 쓰는 것처럼 획기적인 효과가 있다가 수년 이상 더 두고 보니 결국 반짝 효과임이 판명된 방법들이 무수히 많다.
건강서적 구입시 필자 약력 참고해야
다섯째, 제1형 연구(질병이나 노화예방과 관련이 깊다)인지 아니면 제2형 연구(투여하고 나니 실제 효과가 관찰이 되었다)인지를 구별하여야 한다. 또 한 가지 알아둘 것은 질병의 치료 효과를 볼 때는 2형 연구가 중요하지만, 질병의 예방효과를 볼 때는 1형, 2형 연구틀이 다 중요하다. 임상연구의 2가지 대표적인 틀은 A와 B의 관련성을 보는 게 있고, A와 B의 인과관계를 보는 게 있다. 물론 치료 효과를 보려면 인과관계의 틀을 가진 연구이어야 한다. 그런데, 관련성을 보는 연구결과가 마치 원인`-`결과인 것처럼 둔갑해 매스컴에 보도되는 일이 허다하다.
예를 들어 ‘홍당무나 양배추 섭취량은 폐암 발생 정도와 관련이 깊다’라는 결과는 단지 홍당무나 양배추를 많이 먹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적다. 물론 홍당무나 양배추를 많이 먹어도 폐암에 걸릴 수 있으며 ‘홍당무나 양배추를 많이 안 먹어도 폐암에 안 걸릴 수 있다’는 의미이지 홍당무나 양배추를 안 먹으면 폐암에 잘 걸린다라는 원인과 관계는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이런 연구가 신문에는 어떻게 보도되는가? 마치 홍당무나 양배추를 안 먹는 것이 폐암의 원인인 것처럼, 혹은 홍당무나 양배추를 많이 먹으면 폐암에 안 걸리는 것처럼 보도된다.
여섯째, 이건 설명 안 해도 다 아는 것이지만 실제 관련분야의 전문가일수록, 그 내용의 신뢰성이 높다. 건강서적을 살때는 제목만 보고 고르지 말고 반드시 저자의 약력을 살펴보도록 하라. 약력 중에 전직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경력도 매우 중요하다. 공신력이 있는 해당분야 전문기관에서의 경력자이면 그 내용이 신뢰할 만하다.
명확한 현재 경력이 없이 두리뭉실하게 불분명한 단체의 전직경력이 나열되어 있으면 아무래도 신뢰도가 떨어진다. 어떤 경우는 아예 전문가가 아니라 그냥 독학으로 공부하고 개인의 경험을 곁들인 책들이 많은데, 아무래도 내용이 편협되기 쉽고 어법이 파격적이다. 국내 암 관련 건강서적 40여 권 중에 저자가 암 전문가가 아닌 경우가 무려 70% 정도인데, 이들 책을 보면 역시 혹하게 하는 과장된 문구가 많다.
하지만 한 분야에 오랜 경험을 쌓은 전문가가 글을 쓸 때는 치료가 잘된 경우도 있지만 안된 경우도 당연히 있을 것이고, 치료가 잘된 경우는 진짜 그 약효과 때문에 그런 것인지 또 치료가 안된 경우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등등을 다 검증한 후에 글을 쓰므로 절대 그 내용이 파격적이거나 단정적일 수가 없다. 참고로 외국건강 서적 번역물 중에는 혹하는 제목에 애매모호한 경력의 저자가 쓴 책들이 많으니 책구입 시 참고하기 바란다.
끝으로, 혹시 동물실험 결과를 위주로 주장하는 게 아닌지 살펴 보기 바란다. 현재로선 난치병으로 알려져 있는 질환일수록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보다는 동물대상의 결과인 수가 많다. 예를 들어 신문 머리기사에 ‘간암 치료에 획기적인 A물질 발견’ 같은 내용의 기사를 본문까지 잘 읽어보면 쥐 나 원숭이 실험인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제목이나 머릿기사는 일단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야 한다. 하지만 한 줄짜리 제목 안에 문제점까지를 다 담을 수는 없다. 따라서 제목 자체는 과장되기 마련이므로 책 제목이나 매스컴 보도의 머리말에 너무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반드시 소제목이나 본문 내용까지 살펴보아야 한다.
즉 본문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면 그런 문제점들이 단 한 줄이라도 들어가 있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다. 만일 이런 문제점이 하나도 실려 있지 않다면 신뢰하기 힘든 기사 내용일 가능성이 있다.
매스컴의 광고에 현혹되지 말아야
더 문제가 많은 것은 건강광고난이다. 외국의 경우는 건강 관련 제품 선전에 의학연구 결과를 마구 인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게 잘 안 되고 있어서 편리한 대로 연구결과를 마구 변형시켜서 곁들여 선전하는 만병통치약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의학에 무지한 대중에 대한 일간지의 영향은 너무나 막강하다. 의사 입장에서 신문의 보도내용이 정확하며 유익한 경우에는 그것만큼 고마운 것도 없다. 일일이 환자에게 예방이나 치료의 필요성을 목 아프게 얘기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반대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도 매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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