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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식

사실 밥 잘 먹는 게 보약인데 링거나 알부민이 영양제 주사가 아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음식을 골고루 먹고 그것을 위장관을 통해서 소화·흡수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무리가 없는 영양공급 방법이지만, 병적인 상태 또는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제대로 먹을 수가 없거나 먹더라도 소화·흡수시키는데 문제가 생겨서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경우 다른 방법, 예컨대 영양제 주사를 통해서  잘 정제된 영양소를 직접 혈액 속으로 넣어주게 되는 것이다. 

사실 밥 잘 먹는 게 보약인데

사람들마다 대처하는 방법이 다르기는 하지만 몸이 찌뿌등하다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기력이 떨어진 듯한 느낌이 들 때, 입맛이 떨어지거나 안 걸리던 감기라도 한번 호되게 앓고 나면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을 중심으로 영양제 주사를 한 병 맞았으면 하는 경향이 있었다. 심지어는 일부 젊은 사람들에게서도 딱히 특별한 효과를 기대한다기보다는 뭔가 힘이 날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영양제 주사를 찾는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하다. 


혹자는 삼시세끼 밥이나 잘먹으면 되지 그깟 주사 한방이 무슨 소용이 되겠느냐고 일소에 붙이기도 하지만, 심지어는 시합에 나가기 전에 `‘링거주사’ 한병 맞고 든든한 마음으로 출전하던 운동선수의 예에서도 보듯이 영양제 주사라는 것에 대해서 일시적인 에너지(활력)의 보급 혹은 극단적으로는 심리적인 위약(僞藥) 효과(`‘플라세보’ 효과라고 해서 실제 약효를 나타내는 것은 아닌데도 본인이 심리적으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여긴다)가 강하게 잠재되어 있음을 웃어넘길 수만은 없다.


그런데 영양제 주사의 대표격인 의미로 잘못 통용되고 있는 링거는 실은 영양을 공급한다기보다는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기본적인 물, 소위 체액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은 60%가 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이 그냥 맹물이 아니라 전기적인 성질을 띤 알갱이(전해질)를 포함해서 여러 가지 성분들이 녹아 있는 형태로 되어 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서 음식을 먹거나 소화·흡수시키는 것에 장애가 생기면 우선 가장 중요한 성분인 체액을 보충해 주어야 하는 것이고, 링거라는 것이 바로 그 체액의 가장 기본적인 조성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일단 병원에 입원했다 하면 팔목에 너도나도 주삿바늘을 꽂고 누워 있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형태를 보통 기초수액이라 하며, 영양제 주사와는 구별이 된다. 

링거나 알부민이 영양제 주사가 아니다

이와 다른 각도에서 고가의 영양제로 알려져 있는 알부민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알부민이란 원래 혈액 내에 들어있는 일종의 단백질 성분으로, 혈관 내에서만 존재하여 우리 몸에서 혈액이 모자랄 때 삼투압 작용을 통해서 혈관 주변에 있는 조직으로부터 수분을 혈관으로 끌어들여 혈액의 양을 늘려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심한 화상이나 출혈 등으로 쇼크가 왔을 때 혹은 간경변증으로 복수가 찼을 때 등등 꼭 필요할 때를 제외한다면, 단지 구하기가 쉽지 않고 값이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고급 영양제로 취급받을 이유는 전혀 없다.


국내에서 초기에 발매된 영양제 주사를 보면 위에 언급한 모든 영양소, 즉 아미노산을 기본으로 탄수화물도 일부 들어있고, 비타민이나 미네랄도 첨가된 그야말로 종합영양제 주사가 주류를 이루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처방을 일방적으로 공급한다는 것이 합리적인가 하는 의문이 있었고, 따라서 요즘은 개개인의 영양상태며 질병의 심한 정도, 특수한 영양조건 등을 고려한 제품들이 다양하게 발매가 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영양제 주사의 기본은 아미노산이다. 단백질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인자인 아미노산은 신체를 직접 구성하는 역할에 더하여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물질들(효소, 호르몬 등)의 원료가 된다. 통상 체내에서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고 음식을 통해서 외부에서 공급되어야 하는 필수아미노산 8종과 이에 상응하는 비필수아미노산을 적절히 조합하여 14~18종의 아미노산이 들어있는 것이 기본이며, 필수아미노산의 구성은 가장 바람직한 비율로 알려진 인체의 모유 혹은 계란의 비율을 따르고 있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아미노산의 농도가 높으면 무조건 좋은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다. 실제로 아미노산은 3%가 등장이라고 해서 우리 몸이 가장 부담스럽지 않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농도이며, 그 보다 농도가 높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보면 몸에서 순순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된다. 그러나 원료를 정제하는 기술이나 약을 만드는 기술이 고도로 발달함에 따라 특히 현대와 같이 바쁜 생활양식에 맞춰 짧은 시간에 충분한 양을 공급할 수 있도록 농도를 높여서 양을 줄이는 것이 큰 추세이다(고농도·소형화). 또 하나는 특별한 질환이 있는 경우다. 

 

예를 들어 일반인과 달리 간이나 콩팥이 나쁜 사람은 원칙적으로 아미노산을 함부로 맞으면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간이 나쁘거나 콩팥이 나쁜 사람은 그 병의 특성에 따라 처방을 다르게 한 전문화된 영양제를 맞으므로서 한편으로는 영양공급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병을 치료하는 효과를 얻을 필요가 있다(질환별 전문수액제).

영양제 주사가 필요한때

이 아미노산에 더하여 탄수화물(포도당)을 충분하게 공급할 필요가 있다. 그 자체 중요한 에너지원(뇌라든가 적혈구는 거의 전적으로 포도당을 이용해서 살아간다)이면서 또한 아미노산이 체내에서 단백질로 합성되는데도 꼭 필요한 연료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 비타민이나 미네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의학적으로 영양제 주사가 꼭 필요한 경우는 입으로 음식을 먹을 수 없거나 흡수가 제대로 안 되는 경우, 심한 화상이나 수술을 받아 단백질의 요구량이 현저하게 증가하는 경우, 병의 치료 목적으로 먹는 것을 제한해야 하는 경우 및 보조요법으로 영양상태의 개선이 필요한 경우(항암제 투여 시, 신부전, 간부전, 신경성 식욕불량, 혼수 ) 등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특별한 질환이 없는 한 하루 세끼 적당량의 식사를 하는 것이 몸에는 가장 좋다. 심리적인 기대효과가 아닌 진정한 치료효과를 얻기 위해서라면 영양제 주사는 꼭 맞아야할 필요가 있는 상태인가를 확인하는 것이 순서상 먼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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