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나라와 식생활이 닮은 나라로 이탈리아를 꼽는다. 이 이탈리아의 대표 음식중에 하나인 스파게티와 우리의 별미 음식인 국수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의 식생활은 일상적으로는 밥을 주식으로 하지만, 간단한 점심이나 한꺼번에 많은 손님을 대접할 때에는 국수·만두·떡국 등을 주식 대용으로 마련하곤 했다.
음식 대 음식 국수 VS 스파게티
국수의 주재료인 밀가루처럼 가루로 만들어 이용하는 곡물로는 역시 밀이 가장 많이 쓰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풍토상 밀의 산출이 적었기 때문에 밀가루를 이용한 음식인 국수는 잔치 때나 별미식, 점심 식사 대용으로 많이 쓰였다.
전통적 별미 음식 ‘국수’
국수를 전통적인 측면으로 볼 때에는 생일·혼례·빈례용 음식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그 기원을 문헌에서 찾아보면 통일신라시대까지 국수를 가리키는 면(麵)에 대한 문구가 보이질 않는다. 그러다가 송(宋)과 교류를 가졌던 고려시대의 <고려도경>과 <고려사>에 나타나 있다.
<고려사> 예법과 형법에 ‘제례에 면을 쓰고 사원에서 면을 만들어 판다’는 기록이 있으며, 조선시대에 집필된 <옹희잡지>에 ‘우리나라 풍속으로 건(乾)한 것은 병(餠)이라 하고, 습(濕)한 것을 가리켜 면이라 한다. 건한 것은 시루에 찌는 것이고, 습한 것은 끓는 물에 삶거나 물에 넣는 것이다’라고 씌여 있는 것으로 보아, 모두 국수를 가리키는 것으로 짐작된다.
국수는 지방에 따라 좋아하는 면의 종류가 아주 다양한데, 북쪽 사람들은 추운 겨울에 덜덜 떨면서 차가운 냉면을 즐겨 먹고, 남쪽 사람들은 더운 온면을 즐겨서 여름철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칼국수를 먹는 식이다.
국수요리를 분류별로 보면 국수장국(온면)·칼국수·건진국수·냉면·비빔국수 등이 있는데, 그 종류에 따라 재료나 만드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먼저 국수장국은 녹두녹말에 밀가루를 섞어 익반죽하여 국수틀에서 뽑아 삶아서 만든 국수를 양지머리의 육수나 쇠고기 맑은 장국에 말고, 다진 쇠고기볶음·편육·알지단 등을 고명으로 얹은 것이다. 대체로 서울 이남지방에서 많이 먹는다.
칼국수는 밀가루를 차지게 반죽하여, 얇게 밀어 가늘게 썬 후, 쇠고기장국이나 닭고기장국 등에 넣고 끓인 것이다.
건진국수는 칼국수와 같이 만든 국수를 끓는 물에 삶아 건진 다음 여러 차례 찬물에 헹구어 맑은 장국에 말고, 애호박볶음·오이볶음·쇠고기볶음·알지단 등의 고명을 얹어 만든다. 냉국수로 할 때에는 국수국물·고명을 모두 차게 식힌 다음 마는 것이 좋다.
냉면은 메밀가루에 녹말을 섞어 만든 국수를 쇠고기육수, 닭고기 국물 또는 동치밋국, 시원하게 익은 배추김치국물, 동치밋국과 육수의 혼합물 등을 차게 식혀 말고 오이채· 배채· 편육·동치미무 등을 얹어 시원하게 만든다. 메밀의 산출이 많은 서울 이북지방의 음식으로 특히 평안도 지역의 명물음식이다.
비빔국수는 메밀국수·밀국수·건진국수 등 어느 것으로나 만들 수 있으며, 쇠고기볶음·오이나물·호박나물·미나리볶음·표고버섯볶음 등을 계절과 기호에 따라 준비하여 국수와 갖은 양념으로 비빈다. 특히, 함흥식 비빔냉면은 육회나 홍어회 등을 함께 넣고 맵게 비비는 것이 특징이다.
값도 싸고 요리하기도 쉬운 ‘스파게티’
최근들어 피자점의 곁가지 음식 정도에 불과했던 스파게티가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많은 인기를 얻으면서 스파게티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체인점도 늘고 있는 추세다. 그간 국수에 토마토 케첩 바른 것쯤으로만 생각했던 기성세대들의 생각과는 많은 차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파게티의 고향인 이탈리아가 우리와 같은 반도 국가에다가 우리와 비슷하게 마늘, 고추처럼 자극적인 향신료를 즐긴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문화적 특징의 동일성이 입맛도 비슷하게 만들어 준 것이 아닐까 한다.
이탈리아식 비빔국수인 스파게티와 마카로니, 피자는 세계 어느 곳을 가도 맛볼 수 있는 지구촌 음식인데, 이중 스파게티는 이탈리아 국수 및 이탈리아 파스타(가루를 반죽할 때 달걀을 섞어서 하는 이탈리아 국수요리) 종류의 하나다.
특수 강력분으로 만든 이 스파게티를 이탈리아에서는 식사 첫 코스에 먹는데 비해 다른 나라에서는 일품요리(一品料理)로서 주식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스파게티의 유래 중 가장 신빙성 있는 것은 마르코폴로가 13세기경 중국에서 실크로드를 따라 이탈리아에 전해주었다는 설이다. 이렇게 전해진 국수가 실리를 추구하는 서구에서 값싸고 쉽게 요리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는 것인데, 이런 이론과는 반대로 이탈리아인들은 이미 이탈리아에 스파게티가 있었고 당시 스파게티를 만들 때 사용한 도구의 흔적들도 남아있다고 주장한다. 아마도 자국의 전통음식이 외국의 것을 통해 받아 들여졌다는데 대해 자존심이 상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한다.
이후 여러 가지 스타일로 발달한 이탈리아 국수는 다양한 스타일만큼이나 이름도 제각각인데, 가장 일반적인 것이 우리가 잘 아는 통통한 일자형 국수인 스파게티이다. 이외에 납작한 것은 ‘펜네’·‘페투치니’, 수제비 밀듯 넙적하게 네모로 자른 것을 ‘라자냐’, 만두처럼 소를 넣고 빚은 것을 ‘라비올리’라고 한다.
현재 먹는 스파게티의 재료는 생면과 건조면 두 종류다.생면은 주로 전문 음식점에서 사용하는데, 반죽의 배합과정과 각 지방 특색에 따라 이름과 맛이 달라진다. 그러나 면발이 매끄럽지 못하고, 삶은 다음에 바로 사용해야 하는 흠이 있다. 또한 냉장상태에서 일주일 이상 지나면 사용할 수 없는 불편함도 있다.
이에 비해 건조면은 18세기 경부터 스파게티에 사용돼 왔다. 보관하기가 쉬워 실온에서 약 2년 정도 두어도 괜찮다. 삶는 방법은 끓는 물에 약간 간간할 정도의 소금을 넣고 기호에 따라 3∼4분, 6∼8분, 10∼12분 정도로 시간을 조절해 수채로 건져내어 식힌다.
이때는 찬물에 식히지 말고, 대리석으로 된 테이블에 쏟아부어 올리브유를 발라주면서 가능한대로 빨리 식혀야 한다. 그래야 다른 소스와 어울리게 되고, 소스의 맛도 면에 흠뻑 배어 들어 좋은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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