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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식

무화과 이달의 계절식

우리 주변에 널려진 많은 유실수 가운데 꽃을 피우지 않고 열매를 맺는 나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무화과(無花果)는 이름 그대로 꽃이 없는 유실수다. 그래서인지 이 과일은 씨앗 또한 없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서양에는 무화과와 관련된 전설이 많은데, 그중에서 우리들도 알만한 것으로는 아담과 이브가 입었던 최초의 옷이 바로 무화과 잎이었다는 것이다.

그대여! 이렇게 무화과 익어 가는 날에도

또한 성경에는 「예수께서 베타니아에서 멀리 무화과나무가 있는 것을 보고 열매를 찾았으나 없었기에 실망하여 “이제부터 너는 영원히 열매를 맺지 못하여 아무도 너에게서 열매를 따먹지 못할 것이다”라고 저주하였던 바, 다음날 제자들이 그 나무가 송두리째 죽었음을 발견하였다」는 이야기가 실려있다.

이외에 로마에서는 바커스(Bacchus)라는 주신(酒神)이 무화과나무에 열매가 많이 달리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고 하여 다산(多産)의 표지(標識)로 삼았다고 하는데, 무화과의 꽃말이 ‘다산’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무화과가 우리 나라에 들어온 것은 80여 년 전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따뜻하고 토심이 깊으며 비옥한 곳에서 잘 자라는 특성이 있어, 주로 충남 이남지방에서 재배된다. 그리고 이는 어린 나무에서도 열매를 맺는 습성이 있기에 단기간에도 실질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고소득 작목으로 꼽힌다.

<본초강목>에서는 무화과에 대해 「건위장·소종·해독의 효능이 있어 소화불량과 장염·변비·이질 등에 치료제로 쓰인다」고 적고 있으며, 「특히 단백질 분해 효소가 풍부하여 육식을 한 후에 먹으면 소화를 도와주고 변비에도 특효가 있다」고 하였다. 실제로 연구결과에 따르면 무화과의 주성분은 포도당·과당 등이고, 구연산·초산·능금산도 함유하고 있음이 밝혀져 부인할 수 없는 건강식임을 증명해 준다.

또한 동물실험에서 밝혀진 바로는 「무화과의 열매와 잎사귀에 함유되어 있는 유즙이 위암이나 백혈병, 임파육종에 유효하다」고 했는데, 이 때문인지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무화과의 유즙(진액)에 의한 좌욕이 유명하다.

꽃을 피우지 않는 유실수

가을에 암자색의 열매를 맺는 무화과는 수분이 90%, 당분이 10%를 차지한다. 그래서인지 여느 과일과 비교해 볼 때 뛰어난 당도와 맛을 자랑한다. 뿐만 아니라 무화과만의 독특한 향기와 특별한 씹힘성은 무화과가 아니면 도저히 맛볼 수 없는 신선함을 전해준다.

무화과를 먹을 때는 보통 생과를 벗겨 먹는데, 완숙한 무화과의 경우 당도가 높기 때문에 나무에서 딴 후 36시간 정도면 초산화하는 등 저장성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다. 따라서 건과·푸딩·파이·잼으로 가공하여 먹기도 한다.

폐경기 여성에게 특히 효과 있어

무화과는 폐경기 여성에게도 좋은 음식이다. 폐경기 여성은 그 어느 때보다 여성 호르몬이 부족한 시기로 이때 보론이 많이 함유된 식품을 먹어야한다. 보론은 붕소와 같은 의미로 하루 3mg씩 섭취할 경우 혈중 에스트로겐 농도가 현저히 증가된다. 보론이 가장 많이 함유된 식품은 자두지만 자두 못지않게 많은 함유량을 자랑하는 것이 바로 무화과다. 이외에 딸기·복숭아·양배추·사과·아스파라거스·셀러리 등도 보론이 많이 들어 있다.
 
이와 함께 무화과는 연육제(軟肉劑)로써도 한몫을 한다. 가장 부드러운 쇠고기 부위로 만든 스테이크인 ‘사토브리앙(Chateaubriand)’이 있는데, 이 스테이크는 단지 부드럽다는 이유만으로 일반 스테이크보다 20%나 더 비싸다. 이처럼 고기 요리에는 부드러운 육질(단백질)이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의 전통 육류요리에서도 배와 무 같은 연육제가 흔히 사용되어 왔는데, 외국의 경우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외국에서 주로 사용된 연육제가 무화과다. 스테이크 요리 시 무화과를 연육제로 사용하면 고기 맛이 한결 부드러워질 뿐만 아니라 소화도 도와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지니고 있다.

「무화과 그늘에 숨어 앉아 지난날을 생각하며 이야기하고 싶어라」하며 읊조리던 대중가요의 가사처럼 무화과는 그다지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의 삶을 대변해주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평생 꽃 한 번 피우지 못하고 가는 사람. 무화과처럼 열매 속에서 속꽃만을 피우는 사람. 가슴속 깊고 깊은 곳에 슬픔과 분노를 한평생 다져 넣었다가 이승을 떠날 때 남몰래 붉은 속꽃 피우는 사람.
꽃도 없이 열매를 맺는 무화과는 또 그렇게 우리들 가슴 속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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