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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식

새로 개발된 약은 만병통치약인가?

비아그라 열풍이다. 멜라토닌에 이어, DHEA에 이어 이번엔 비아그라다. 기적의 항암제 엔지오스태틴도 있다. 요즘 개발되는 약치고 만병통치약, 기적의 약이 아닌 것이 없다. 과연 그런가. 정말로 가치가 있는 약인가, 아니면 얄팍한 제조회사(혹은 개발자)의 상술인가. 그도 아니면 현대인의 심리를 교묘히 파고드는 언론의 계산된 과대망상인가.

 

비아그라 먹고 성경책 읽으면 효과 없음

비아그라의 예를 들자. 부부금슬을 위해 교황청에서도 인정한 특이한 배경을 가진 이 약은 원래 심장병약으로 개발되던 중 남성의 발기부전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져서 애초의 개발방향과는 180도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따라서 이 약은 주의할 점도 또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도 많다.

 

요즘 무분별한 사용에 경종을 울린 사망사례를 보면 지병으로 심장계통에 병이 있는 사람이 심장병약과 비아그라를 동시에 복용하면 혈압이 급격하게 떨어져서 위험한 지경에 빠지게 되고, 또는 의욕과는 달리 발기가 되지 않던 평소의 상태는 고려하지 않고 갑자기 힘이 충천하여 물불 안가리고 덤벼들다가 그야말로 엔진이 과열되어 종국에는 파열되기에 이른 결과로 드러났다. 
 
이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잔뜩 기대하고 먹었다가 전혀 효과가 없다고 야단법석을 떠는데, 그렇다면 과연 무얼 기대했을까. 이 약이 대단한 강장·강정의 보약, 즉 해구신 사촌쯤 되는 것으로 알았다면 낭패다. 스태미너를 절륜하게 해주는 성격의 약이 아니라 의욕은 있으나 뜻대로 발기가 되지 않는 안타까운 남성들을 위한 약이다. 

 

조루증 치료제도 카사노바를 위한 정력제도 아니라는 소리다. 그러니 비싼 돈주고 산 약이 효과가 없다고 아우성일 수밖에. 덧붙이자면 이 약을 먹고 성경책이나 노자의 도덕경을 읽어서는 소용이 없다고 한다. 
 
오로지 섹스 파트너를 즐겁게 해 줄 야릇한 상상을 하거나 적어도 누드모델의 벗은 몸매쯤 생각해야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주의사항이며 참고로 해야 할 사항을 제대로 알고 필요할 때 먹으면 천하의 명약이 되는 것이요, 멋대로 생각해서 아무렇게나 먹으면 밀가루보다 못하거나 심하면 목숨까지 잃게 되는 것이다. 


무릇 역사이래 무수하게 명멸한 명약의 배후에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람들의 속물근성을 마음껏 야유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대머리치료제로 떼돈 번 사람이 알고보니 진짜 손쓸 수 없을 정도의 완전한 대머리였다는 이야기를 한낱 우스개 소리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대머리약으로 떼돈 번 사람도 대머리

동남아 보신관광의 선두주자 우리나라 사람들을 위해 한마디만 더하자. 미국의 경우 비아그라는 25mg, 50mg, 100mg의 세가지 종류가 동일한 값에 판매되고 있다. 일견 이해가 안될 것같은 이런 판매방식이 실은 온전히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100mg 아니 그 이상을 먹고도 효과가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25mg만 먹어도 효과가 충분한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즉, 사람에 따라 25mg 아니면 50mg으로, 그도 아니면 100mg정도는 먹어야 하는 경우가 있겠지만 이는 어디 까지나 개인차가 있다는 말로, 많이 먹는다고 효과가 무조건 강하고 세고 빠를 것이라는 생각은 아니올시다라는 지적이다. 용량이 늘어나면서 어느 정도 까지는 효과도 증가할 수 있지만, 일정 용량 이상에서는 효과는 늘어나지 않는 반면에 부작용은 급속도로 증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불법유통 되는 것이지만 그중에서도 100mg 짜리가 주로 유통되며, 가격이 제일 비싸다는 사실은 우리의 무지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성적 흥분이나 정력증강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은 비싼 돈주고 부작용 경험할 자격이 충분히 있다.
 

어느날 갑자기 신약이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신약은 어느날 매스컴을 통해서 우리에게 홀연히 나타나는데, 기적의 약, 희망의 약, 만병통치의 명약은 대개 기존의 약에 비해 효과는 몇배-몇십배가 강화된 반면 우려할만한 부작용은 없다는 거의 전형화된 틀을 유지하고 있다. 일년에도 몇차례 이런 뉴스에 환자나 그 가족들은 일희일비하게 되는데, 유감스럽게도 기적의 항암제라고 소개된 엔도스태틴 까지를 포함해서 이렇게 매스컴을 통해서 소개되는 약은 거의 예외없이 시판단계에 이른 것이 아니라 시험관내에서 실험한 것이나 아니면 기껏해야 동물실험 단계에서의 결과를 가지고 발표가 되는 것이다.
 
천연에서 얻어진 것이건 실험실에서 합성한 것이건 그것이 사람에게 쓰여질 수 있기 위해서는 기존의 약에 비해서 효과가 강해 지거나 아니면 부작용이 훨씬 줄어들거나, 그도 아니면 용법용량이 대폭 간소화되거나 편해져야 하는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따라서 먼저 사람에게 적용하기 전에 동물실험을 통해서(실험실내에서 거쳐야할 과정도 물론 있다) 약리작용은 물론 각종 독성, 예컨대 한꺼번에 얼마를 먹으면 사망하는가, 장기간 투여하면 혹시 암이 생기지는 않을까, 

두 얼굴을 가진 약을 제멋대로 아무렇게나 

임신부가 먹어서 기형아가 발생될 위험성은 없을까, 다른 특별한 부작용은 어떤 것이 있을까 등등 무수한 실험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기초적인 과정에서 가슴을 설렐 정도의 데이터를 얻었던 후보물질들이 이런 과정을 통해서 대부분 가치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어 사라지는 것이다.
 
이런 절차를 무사하게 통과하게 되면 비로소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도 처음에는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해서 과연 지금까지 얻어진 데이터를 사람에게도 안전하게 적용할 수 있는 지를 살핀 다음, 심각한 합병증이 없는 소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좀더 세밀하게 효과와 부작용과 적절한 용법용량을 검토하게 된다. 

 

이런 연후에 실제로 시판될 수 있는 적응증이나 사용법을 기준으로 다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하게 되며, 여기서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야 비로소 정부당국의 허가를 얻어 시판이 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어렵사리 탄생된 약, 그리고도 선과 악(효과와 부작용)의 두 얼굴을 가진 약을 제멋대로 아무렇게나 먹을 수 있겠는가. 꼭 필요할 때 제대로 쓰는 것만이 우리에게 남겨진 유일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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