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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걸리

국 VS 수프

우리나라 사람 중에는 ‘국이 없으면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국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의 기본식단인 3첩 반상이 밥, 국, 반찬 3가지로 이뤄져 있는 만큼 국은 정찬에서 뿐 아니라 기본 반상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의 국과 비슷한 것으로 서양 음식 중에 수프가 있다.

국 VS 수프

수프는 정찬에서는 애피타이저(appetizer)로 식욕을 돋운 뒤 다음 코스로 내놓는데 입안을 촉촉하게 적셔주고, 앞으로 식사할 음식을 부드럽게 넘기기 위해 먹는다. 반면, 국은 모든 음식을 한 상에 놓고 먹는 식습관대로 밥과 반찬을 함께 먹는다. 혹은 국물에 밥을 말아 간편하게 훌훌 먹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국을 기본으로 해서 먹는 나라가 우리밖에 없을 정도로 우리 민족은 국물이 있는 음식을 많이 먹는다. 수프는 미국보다는 유럽이나 남미에서 즐겨 먹는 음식으로 주로 저녁에 많이 먹는다. 
 

우리나라 국은 ‘고려사’에 왕이 밥과 국을 하사하였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기록상으로는 고려시대부터 우리의 일상식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류가 불을 사용하고 그릇을 만들어 사용할 때부터 국은 중요한 음식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왕의 하사품 국

 

왕의 하사품 ‘국’

국은 크게 맑은 장국과 곰국·토장국·냉국으로 나뉜다. 맑은 장국은 간장으로 간을 맞추어 국물을 맑게 끓인 것. 국물의 맛을 내는 재료로는 주로 쇠고기·생선·채소·해조류 등이 있다. 곰국은 쇠머리·사골·도가니·양지머리·갈비·꼬리·양 같은 소의 여러 부위를 여러 시간 푹 고아서 영양분이 충분히 우러나도록 한 국이다.

 

영양가가 높아 예로부터 보식으로도 먹어온 것으로 곰국을 오랫동안 끓이면 국물이 뽀얗게 되는데 이것은 내장이나 뼈에서 우러나온 인지질이 유화되었기 때문이다.

 

냉국은 차게 해서 먹는 국으로 오이·미역 등의 재료를 써서 담백한 맛을 낸다. 그러나 냉국 중에도 닭을 곤 국물로 만든 깻국 같은 보양음식이 있다. 토장국은 된장을 쌀뜨물에 넣고 끓인 국으로 구수하면서도 깊은 맛이 있다. 특히 쌀뜨물에 들어 있는 효소는 채소의 조직을 부드럽게 해 주고 국물의 맛을 한층 깊이 내준다.

사실 우리의 국은 식사대용이나 음식문화의 이미지 보다 영양의 의미가 더욱 크다. 술 마신 다음 날 아침에 먹는 해장국·콩나물국·북엇국 등은 이미 과학적으로도 알코올을 해소하는 성분이 들어 있는 것으로 입증된 바 있다. 아이를 낳은 뒤 먹는 미역국은 피를 맑게 하는 효과가 있으며, 큰 병을 앓고 나거나 여름철 더위에 지쳤을 때 곰국을 고아먹는다.

수프는 유럽에서 태어났다

 

어머니의 끝없는 사랑 ‘수프’

수프는 유럽에서 태어났다. 불어로 뽀따쥬(Potage)라고 하는데 이 말의 어원은 냄비에 익힌 음식을 뜻한다. 뽀따쥬는 18세기경에 소스(Sauce)로 변형되었다가 오늘날 수프(Soup)가 된 것이다. 수프 또한 국과 마찬가지로 인류가 그릇을 사용할 때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수프는 조육류·어패류·채소류를 주재료로 끓인 수프스톡(soup stock)을 기본으로 하여 만든 일종의 국물로 조리 방법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가장 크게 맑은 수프와 걸쭉한 수프 두 가지로 나뉘는데 맑은 수프에는 주로 화이트 스톡을 이용해 산뜻한 맛을 내는 콩소메, 브라운 스톡을 1/3 정도로 농축시킨 맑은 소고기 스톡, 생선 스톡 혹은 채소만으로 끓인 맑은 채소 수프가 있다.

 
걸쭉한 수프로는 고기나 어류·채소류 등을 푹 고아 낸 국물로 만든 브로드, 익히지 않은 생채소 콩류, 수프스톡을 넣고 블렌더로 갈아서 만든 퓌레, 크림과 우유를 첨가하여 약간 묽게 만든 크림수프, 크림수프보다 더 걸쭉하게 만들어서 생선류를 썩은 비스크·감자·빵·크래커를 넣어 만든 차우더, 젤라틴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부위와 관절의 뼈를 고아 맑게 거른 젤리드 수프 등이 있다.

이밖에도 더운 여름에 과일·찬 젤리·요구르트 등을 섞어 만든 찬 수프와 각 지역마다 다른 특별 토속적 수프가 있다. 인도의 카레 수프나 우리나라의 설렁탕, 곰탕 등을 서양인들은 특별 토속 수프로 본다.

거의 모든 수프는 먹기 직전 마지막으로 소금이나 후추로 직접 간을 맞춘다. 그러나 국은 끓기 시작할 때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을 맞춰 그 맛이 국물에 베어 나게 한다. 


밀레가 1860년에 그린 ‘아이들에게 수프를 떠 먹이는 어머니’는 자녀를 향한 어머니의 끝없는 사랑을 나타낸다.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가 추위에 떨며 오두막 문을 열었을 때 할아버지가 준 음식도 바로 따뜻한 수프 한 접시였다. 

 

이처럼 서양 사람들에게 있어 수프는 따뜻한 이미지를 담고 있다. 러시아의 일부 지방에서는 수프를 종일 따뜻하게 데워 물처럼 마시기도 한다. 걸쭉한 수프는 식사 대용으로 먹기도 하며 빵이나 비스킷과 함께 먹기도 한다. 

우리 음식의 영양가가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성인병과 각종 병을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전통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서양 음식의 영양과 간편성을 가미한 전통과 서양음식의 음식궁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냉이나 깻잎, 미나리 등을 이용한 수프는 서양식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향이 좋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여기에 불린 쌀을 이용해서 걸쭉하게 만들어 먹는 음식은 국과 수프, 그리고 죽의 중간형태쯤으로 맛과 향, 영양면에서 모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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